[MBN스타 김윤아 기자] ‘국수의 신’은 방송 전부터 제목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장사의 신’을 떠올리게 했다.
예고편이 공개되고 나서는 제빵왕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제빵왕 김탁구’와 비교대상이 됐다.
이에 제작진은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만의 색깔이 있다.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이 다르고, 충분히 다른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럼에도 방송 전까지만 해도 큰 파장을 일으키진 못했다. 이처럼 ‘태양의 후예’ 후속작이라는 이름은 넘기 힘든 벽처럼 보였다.
첫방송이 끝난 시점에서는, 이름을 빼앗긴 자가 이름을 찾아나가는 ‘국수의 신’ 이야기가 비단 극중 캐릭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태양의 후예’ 후속작품으로만 여겨졌던 이 드라마는 베일을 벗자마자 ‘국수의 신’이라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부담감에 눌려 이름도 빛도 없이 사라져 가는 드라마가 아닌, ‘국수의 신’ 자체를 시청자들 마음속에 각인 시켰다.
↑ 사진=국수의 신 캡처 |
‘국수의 신’, 시작이 좋다. 끊임없는 비교, 그리고 전작에 대한 부담감으로 캐스팅 난항까지 겪었던 ‘국수의 신’은 보기좋게 모든 우려를 날려버렸다.
물론, 앞선 작품들이 용두사미 드라마라는 오명을 얻은 바 있어,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특히 ‘장사의 신-객주’는 명품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려하게 시작했다. 제목은 ‘장사의 신’인데 주인공 천봉삼(장혁 분)이 장사를 본격적으로 하는 모습은 사라졌고, 싸움과 그리고 사랑 전쟁만이 남았다. 또한 극초반 봉삼의 아버지 오수(김승수 분)를 시작으로 드라마 총 41회분 중 중심등장인물 10여명의 인원이 사망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장사의 신’의 장사가 물건을 파는 장사가 아니라 장례를 치르는 장사여서 제목을 바꿔야 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가 하면, ‘불륜의 신’이라는 웃지 못 할 평도 떠돌았다. 이렇게 깊은 아쉬움을 남긴 채로 드라마는 끝이 났다.
‘태양의 후예’ 역시 마찬가지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첫 성공사례이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로 날마다 시청률 경신을 이뤄냈다. 그러나 극의 후반부에서는 맞아도 쉬 죽지 않는 유시진(송중기 분) 대위를 보고 ‘불사조 유시진, 유사조’라는 우수운 별명이 붙었다. ‘막장 드라마’ 못지않다며, 홍삼과 중탕기, 자동차 등 화면을 가득 채운 간접광고(PPL) 때문에 ‘드라마가 아닌 60분짜리 광고’라는 혹평도 있었다.
‘국수의 신’은 무명(천정명 분)과 김길도(조재현 분)이 오래 전부터 악연으로 시작해 다양한 사건들로 엮이기 시작한다. 이들이 인생을 송두리째 걸고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얼기설기 엮여있는 주변 인물들의 관계, 시간이 지날수록 수면 위로 올라오는 다양한 사건들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무명과 김길도를 중심으로 오랜 시간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여러 인물이 서로 엮여있다. 그래서 흥미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인물들 간의 인연과 갈등, 대립을 더욱 촘촘하게 담아낼 때 이 드라마는 빛을 발할 수 있다.
일단 시작은 좋다. 돋보이는 내레이션과 몽타주 기법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긴 세월을 아주 짧게 압축해내면서, 속도감은 잃지 않는 영상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국수의 신’ 제작진에 따르면, 현재 드라마 촬영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주인공 조재현은 제작발표회 직전까지 촬영을 해야 했고, 감독 역시 꼬박 밤을 새며 편집에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용두사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번에야 말로, KBS가 ‘드라마의 명가’라는 브랜드를 굳힐 수 있는 기회다. ‘태양의 후예’로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