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 히데코 役
"노출? 거부감 있었다면 선택하지 않았겠죠?"
"연기적으로 변화한 건 없어요. 하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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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민희(34)는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데 호기심이 많다"고 했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즐겁게 생각한다"고 좋아했다. '아가씨'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우는 남자' '연애의 온도' '화차' 등등을 통해 새롭게 도전하는 이유다.
물론 새로움에 대한 예측불허성 때문에 고민은 한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금방 결정하는 편"이란다. 고민이 되는 부분은 "이 영화,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이유"를 떠올리며 반대급부를 상쇄시킨다.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 6월1일 개봉)는 특히 스스로 캐릭터에 무엇인가를 입힐 수 있는 게 가장 좋았다. 박 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있게 그려낸 시나리오를 만난 것부터도 좋았다.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만났는데 관심을 두게 됐고,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많이 열어두고 가자고 하셨죠. 전 현장을 말 그대로 즐길 뿐이었어요. 혼자 촬영할 때 감정 표현을 다양하게 보여드렸고요. 물론 감독님들이 원하는 장면이 있다면 충족시켜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할 수 있는 한 잘하고 싶거든요. '화차' 때 백화점을 나오며 뛰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가 죄의식을 느끼는 걸 표현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때 많이 어려웠어요. 열어 놓았을 때 더 즐겁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노출이라는 부분도 알고 선택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 많으니까요. 영화를 잘 만드는 데 도움을 드리고, 영화적으로 필요한 요소면 (노출도) 해야죠. 감독님과 이야기해서 설득의 과정을 거쳤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최선을 다했고, 제가 감당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거부감이 있었다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겠죠?"
동성애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심각하게 받아들인 적이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짚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 등등. 돈과 마음을 빼앗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아가씨'는 동성애 코드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전라의 두 여성의 행위도 나오지만 하녀가 아가씨의 뾰족 튀어나온 이를 갈아주는 장면이 더 상상력을 자극한다.
김민희도 동의하며 "직접적인 부분이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짚는다.
베드신은 완벽한 콘티가 나와있으니 오히려 더 쉬웠단다. 당연히 부담은 됐지만 이미 합이 짜여있는 장면이었다.
김민희는 (엉덩이를 드러내면서) 투혼을 벌인 하정우에게 특히 고마워했다. 그는 "백작의 비중이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이라며 "백작의 결말은 히데코에게는 통쾌한 장면이지만 어찌 보면 가장 불쌍한 사람은 백작"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기력 논란은 어느새 여주인공,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배우 김민희를 탄생시켰다. "어떤 작품을 만나고 어떤 캐릭터인지에 따라 내가 녹아내는 것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 변화한 것이라기보다 내가 만나는 것들, 그 안에서 내가 충실히 하면 괜찮은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도 이유인 것 같고요. '굿바이 솔로'와 '뜨거운 것이 좋아' 때부터 특히 즐거웠어요. '뜨거운 것이 좋아'는 특히 흥행은 안 돼 많이 못 보셨지만 그 작품이 제겐 소중해요. 의미도 있고요. 그때부터 저는 쭉 똑같았거든요."
속고 속여야 하는 내용의 영화를 현실 속 그녀에게 적용한다면 어떨까. "지금 딱히 생각나는 건 없는데 저는 그냥 솔직하게 배우로 살고 싶어요. 누구나 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참여 이후 그의 행보는 어렵게 된 걸까. 아니면 오히려 쉬워진 걸까. "전 항상 마음이 똑같아요. 내가 어떻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또 다른 작품을 만나는 건 운도 작용해야 하고요."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