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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2000년 개봉작 '공동경비구역 JSA'가 원래는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던 걸 기억하시는지?
당시 등급 분류에 참여했던 한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은 "남북한 병사들이 왕래한다는 묘사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문제 삼았다. 영화계 안팎이 문제점을 지적하자 영등위는 재심 신청을 받아들였고, 15세 관람가 등급으로 변경됐다. 이 영화는 583만명이 관람해 박 감독의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됐다.
2009년 제작된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경찰의 마스코트 '포돌이'를 내세워 사회와 정치를 풍자한 영화는 제한상영가 등급 판단을 받고 논란이 됐다. 영등위는 '자가당착'의 경우 "정치 풍자가 아닌 폭력성과 인간의 존엄성 훼손 때문이었다"고 항변했으나 곧이곧대로 들은 이는 없었다. 이 영화는 "영등위의 상영 제한은 부당하다"는 법의 판단을 받아 5년만인 지난해 개봉할 수 있었다.
등급 분류는 매번 중요한 이슈다.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와 영등위의 "청소년 보호"는 대립할 때가 많다.
환경과 시대가 급격히 변화하는 지금 보편성에 부합하는 지점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고무줄 잣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누군가에게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영상이, 다른 이에게는 콧방귀 끼게 할 수 있는 것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등위는 지난 10일 50주년 특별 세미나를 통해 급격히 변화하는 영상 환경 시대에 등급 분류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지 머리를 맞댔다. 고민의 흔적은 보였으나 명확한 답은 여전히 내놓지 못했다.
원로영화인 김수용 감독은 세미나에서 "과거 끊겨나가는 필름은 트라우마가 됐다. 가슴앓이하며 산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표현의 자유가 없어서 영화 못 만들겠다', '직업을 바꿔야겠다'고 하는 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영등위는 검열이나 심의 기관이 아니고, 등급 분류를 위한 국민 서비스 기관이다. 표현의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격세지감이 느껴진 동시에 영등위의 여전한 등급 분류 논란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축사였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검열의 시대'였던 과거보다 제약이 없어진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다이빙벨'로 촉발된 부산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은 이제 표현의 자유를 언급할 때 같이 언급해도 되는 예시가 됐다. 영화 선택권에 비교적 자유로웠던 국제영화제마저 외압을 받아 자율(혹은 자유)을 침해받는 게 한
최근 영화 '곡성'이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판정을 받은 걸 보면 영등위에도 변화가 생긴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흥행과도 직결되니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창작자와 영등위의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