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과거 시청자들은 진부함에 지쳐있었다. 드라마는 장소만 바꿨을 뿐이었다. 스포츠 드라마는 운동을 하다 연애를 했고 의학 드라마는 사람을 치료하다 연애를 했으며, 수사 드라마는 범인을 쫓다가 연애를 했다. 시청자는 이에 실증을 느꼈고 방송사는 대안으로 ‘장르물’을 선택했다.
‘장르물’이란 핵심 서사가 장르적 속성에 초점을 두는 드라마를 뜻한다. 제작진은 소재의 참신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장르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고 있다. 이제 한국 드라마는 ‘기승전 사랑’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과정에 돌입했다.
가장 굵직한 장르물은 2007년 방영된 MBC ‘하얀 거탑’이었다. 학병원을 배경으로 권력에 대한 야망을 가진 천재 의사 장준혁(김명민 분)의 끝없는 질주와 종말을 그렸다. ‘하얀거탑’은 조금의 러브라인도 없이 분위기만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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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메디컬 범죄 수사 드라마 ‘신의 퀴즈’, 전통 수사물 ‘TEN’, 재난물 ‘바이러스’, 사물과 공포물을 혼합한 ‘처용’ 등 참신한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르물만이 주는 독특한 재미는 부정할 수 없었다.
지상파 방송국도 ‘하얀거탑’에 이어 2014년부터 러브라인이 축소된 장르물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SBS ‘닥터 이방인’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MBC ‘개과천선’, SBS ‘신의 선물’ ‘쓰리데이즈’ 등이 ‘하얀거탑’의 명맥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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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장르물의 활약은 계속될 예정이다. OCN은 지난 17일 악덕 체납자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통쾌한 사기극 ‘38 사기동대’를 첫 방송했다. 반응은 두 가지 의미로 뜨거웠다. 첫 번째는 “재미있다”였고 두 번째는 “복수하는 걸 보고 싶어 시청하겠다”였다. 세금을 내지 않는 일부 권력층에 대한 반발심을 유발하는데 성공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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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