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늘 색다른 옷을 입고 한 인물의 인생을 살아본다는 점은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 중 하나다. 때론 최상의 환경에서, 때로는 최악의 환경을 마주하는 캐릭터로 변신해 간접 경험한다.
배우 김혜수도 다수의 작품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 많은 간접 경험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더 특별했다.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을 통해 만난 톱스타 주연이에게 남다른 애정을 느꼈다. 캐릭터 자체에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지만 내면에 대한 결핍을 가진,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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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주연이에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똑같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오래해서라기 보다는 내면에서의 오는 공감이 많았다. 모든 인간은 공허함, 외로움 등 내면에 대한 결핍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걸 채우고 싶어 한다. 화려해서 더 외로운 건 아니라 누구나 다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들을 작품에서 다루고 있다. 익숙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 공감 됐다.”
‘굿바이 싱글’은 톱스타 독거 싱글 주연이 본격적인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하며 벌어진 레전드급 대국민 임신 스캔들을 그린 작품으로, 주연(김혜수 분)을 중심으로 싱글족 트랜드를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려나간다.
무엇보다 메인 캐릭터로 나선 그는 자신의 이름을 가장 앞세운 것에 의의를 두기보다는 충무로에서 색깔 있는 여성 캐릭터를 맡아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었다.
“여성 캐릭터가 있는 작품에 참여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익숙한 장르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로 어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캐릭터를 어필할 수 있는 여성으로서 참여를 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는 예측 가능하고 공식화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우리가 얼마나 입체적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느냐, 그런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걸 새롭게 하는 건 당연히 잘 해야 하지만 아닌 것에서 새롭게 하는 건 디테일을 갖고 찾아내는 게 필요했다.”
그렇게 완성된 김혜수표 주연은 톱스타이지만 알고 보면 여리고 허당기가 가득했다. 김혜수는 주연의 옷을 입고 화려하거나 코믹한 모습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단지와의 생활을 통해 점점 성장해가며 극단의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에선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입술부터 임신 분장까지 과학적 검증을 거친 분장을 시도했다. 2%라도 부족한 자연스러움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영화의 현실감을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더욱 더 특수 분장에 신경 썼다.
“두툼한 입술을 하고 나오는데 그건 ‘진짜 김혜수가 주사를 맞았을 때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특수 분장을 한 거다. 실제 제 입술을 본 뜨고 필러로 양을 채워 자연스럽게 윤곽을 만들어 붙인 거다. 임신 분장도 제 몸에서 임신 4개월, 7개월 된 모형을 만들어 분장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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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싱글’은 진정성을 담은 웃음을 선사한다. 코미디에만 집중하지 않고 10대 미혼모 문제를 전면으로 드러내며 적절한 수위 조절로 웃음, 감동, 메시지를 모두 담아냈다. 김태곤 감독은 주연과 단지, 극단에 서 있는 두 인물을 통해 감정과 심리의 진폭을 넓혔다. 특히 극과 극의 삶을 살아가다 우연히 만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 주연과 단지가 서서히 서로를 이해하고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재미와 영화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김혜수 역시 영화를 통해 진정성을 느낀 부분이 많았다. “수시로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다양한 장면에서 이를 느꼈다는 그는 “주연이 뒤늦게 단지가 없었을 때, 혼자 남은 걸 인지하게 됐을 때 진심이 나오는데 그게 잘 다뤄질까 싶었다. 큰 포인트는 미술대회와 병원신 등이 있다. 하지만 그 신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고 감정이 진심으로 잘 쌓여서 전달돼야 했다. 그게 잘 전달될까를 포인트로 관심 있게 봤다”고 설명했다.
김혜수가 언급한 미술대회 장면은 ‘굿바이 싱글’에서의 클라이맥스 장면이기도 하다. 철부지처럼 느껴지던 주연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10대 미혼모를 향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각을 꼬집어준다. 때문에 김혜수는 이 장면을 두고 더욱 고민을 많이 했다. 진심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집중했고, 욕심도 부리면서 50번 이상의 촬영을 거듭해 장면을 완성해냈다.
“가장 나 스스로도 고민을 많이 했고 가장 잘 표현 돼야 생각했던 부분이 미술대회 장면이었다. 클라이맥스이기도 한데, 그 장면은 관객들도 이 정도에서 뭐가 있을 거라는 걸 다 아는 장면이었다. 영화가 전형적인 구성을 선택했다. 전형성을 뛰어넘을 제대로 된 걸 찾지 않으면, 전형성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불안정한 시도가 되면 정말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주인공을 공격하거나 대치하고 있는 무언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게 결국엔 관객들에게 하는 이야기인데 그럴 때 진짜 뻔해질 수가 있다. 그래서 이런 과정이나 구성을 가져가면서도 진짜 하고자 했던 얘기를 전달하기 위해 그 진심은 어떻게 해야지 제대로 전달이 될까를 고민했다. 메시지가 너무 읽혀버리고 관객의 동요, 관객의 공감을 이끌려내려고 하다보면 훈계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순간을 상실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실제 감정을 컨트롤, 내 감정으로 표현이 안 될 때도 있었다. 알고 있고 정말 잘하고 싶고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이브 감이 자꾸 떨어져서 50번 이상 테이크를 갔었다.”
코믹한데 감동도 있고, 사회적 문제까지 꼬집어주는,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굿바이 싱글’은 남녀노소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다. 착하고 순한 영화 속 캐릭터들은 관객을 웃고 울리는데 큰 몫을 해낸다.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을 꼭 봤으면 하는 이들로 ‘우리 모두’를 꼽으며 영화의 강점을 덧붙였다.
“‘굿바이 싱글’은 배우만의 이야기가 다가 아니다. 누구나 결핍이 있고,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나를 생각하고 주변을 좀 더 둘러보면 그런 감정을 느꼈던 누군가가 있다. 다들 오픈하지 않은 결핍들이 있다. 요즘에 너무 힘들지 않나. 잘 되는 사람은 다 잘 되는 것 같지만, 그들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정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내 편이 있다는 건, 내 편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건 사실 가능하다. 내 진심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을 인식하고 소중하게 느끼는 게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진심을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관계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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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