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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의 흥행 속도가 매섭다.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인 이 영화는 개봉 12일 만에 500만을 넘어섰다.
‘터널’은 재난 드라마이면서 하정우 영화다. 러닝타임의 70%를 하정우 혼자 이끌어간다. 한국 사회의 답답한 시스템과 부조리를 통렬하게 까발리며 관객을 웃고 울린다.
음습하고 어두운 터널 안에 갇힌 한 남자의 고군분투 생존기는 무거운 주제지만 결코 침울하지 않게 영화적 재미도 담았다.
“조명감독의 디렉션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는 하정우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카메라 ‘앵글’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적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혼자 연기해야 하는데, 앵글이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구석구석 다양하게 해보려고 체위를 고민했죠. 조명 하나만으로도 여러 감정을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고요.”
100번 이상 애드립을 시도한 것도 그래서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찍으면서 6개월 이상 세공작업을 하듯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대사를 했던 까닭에 ‘터널’ 촬영장으로 넘어오면서 참았던 게 봇물처럼 터졌단다. “일단 뱉고 보자였죠. 선택은 감독이 하는 거니까.” 그래도 “애드립 지분 100%라고 하긴 어렵다”며 웃는다.
“구출돼 나오면서 ‘설렁탕에 소주 한 잔 합시다’ 하는 애드립을 쳤는데 그건 아쉽게 편집됐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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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이라는 점에서 2013년 여름을 강타했던 ‘더 테러 라이브’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하정우 역시 “당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곤 ‘더 테러’랑 저도 비슷한 게 아닌가 했어요. 그런데 19페이지 이후 넘어가면서 이 인물이 움직임을 가질 수 있단 생각이 들더군요. 새로운 공간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그런 기대감이 있었죠. 상대배우가 있으면 리액션을 받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데 터널 안에서 혼자 연기를 해야 하니까 고민은 따랐죠.”
‘터널’을 준비하면서 많은 작품을 찾아봤다. 세트장 분량만 60일을 찍었으니 어떻게 2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극을 이끌어갈지가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내린 해답은 “‘나라면 어땠을까?’, 하루 종일 울고만 있지 않았을 것 같다”였다.
영화 ‘마션’ ‘127시간’를 다시를 보면서 정수의 캐릭터에 대입시켰고, 로버트 레드포드의 ‘올 이즈 로스트’나 윌 스미스의 ‘나는 전설이다’, 톰 행크스의 ‘캐스트 어웨이’를 보고 참고했다.
“외부 상황이 그러하기 때문에 정수라는 인물이 느슨하게 있다면, 사고가 극대화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더 유연해 지려고 신경을 썼어요. 고통은 잠시겠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시간. 그 지점이 맘에 들어 이 작품을 선택했기도 했고요.”
특유의 먹방 연기도 펼쳤다. 물 한 모금도 쉽게 목 넘김 하지 않고 즐기며, 차 안에 있던 유일한 식량인 케이크와 개사료까지 탐스럽게 먹어치운다.
“처음엔 부담스러웠어요. '하정우 또 먹방하네'에 포커스가 맞춰지면 안되니까. 근데 모든 관객들이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란 걸 알게 됐죠. 이젠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즐기게 된 것 같아요. 개사료는 재미있는 설정 중 하나였어요. 진짜 개사료를 먹었는데 다행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라더군요.”
하정우는 ‘더 테러 라이브’(2013)를 시작으로 ‘군도:민란의 시대’(2014), ‘암살’(2015)에 이어 4년 연속 여름 관객과 만나고 있다. 타율 성적도 대박이다.
현재 촬영 중인 차기작 '신과 함께'(김용화 감독) 역시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이다. 하정우는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저승사자 3인 중 한 명인 강림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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