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는 한편의 성장드라마였다. ‘휴먼멜로’라는 장르에 걸맞게 ‘닥터스’는 용서를 통해 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따뜻함을 안방극장에 선사해 주고 떠났다.
23일 방송된 ‘닥터스’는 국일병원 원장 명훈(엄효섭)의 종양제거 수술실에 들어서는 혜정(박신혜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혜정이 명훈의 수술을 담당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과거 혜정은 명훈이 낸 ‘의료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할머니 말순(김영애 분)을 떠나보내야 했던 피해자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말순의 죽음 이후 그녀의 삶은 180도 변했고, 명훈에게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목적으로 달려왔지만, 그런 그에게 명훈이 한 것은 형식적인 사과였을 뿐이었다. 반드시 복수할 것이라는 독한 마음을 먹었다가 지홍(김래원 분)의 진심어린 충고와 위로에 결국 명훈과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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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의 마음이 정리되는 사이 명훈의 몸속에는 종양이 자라있었고, 그를 수술할 수 있는 사람은 국일병원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지홍 뿐이었다. 지홍은 그동안의 수술에서 최고의 파트너십을 자랑했던 혜정이 어시스트로 참여하지 않으면 수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고집을 부렸고, 혜정은 물론이고 명훈 역시 이를 반대했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억하심정이 있는 혜정이 실수를 가장해 의료사고를 일으키면 어떻게 하나 불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마음을 흔든 것은 명훈의 딸이자 혜정의 친구 서우(이성경 분)였다. 서우 역시 혜정에게 질투를 느끼면서 그와 사사건건 부딪쳤던 인물이었다. 부족함 없이 자랐을 뿐 아니라 예쁘고 똑똑한 서우로서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뿐 아니라, 모든 것이 자신을 앞서가는 혜정을 향한 열등감에 그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지만, 그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해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성장은 혜정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혜정의 실력을 믿었던 서우는 수술을 간곡하게 부탁했고, 이를 통해 혜정은 의사로서 환자인 명훈을 대할 수 있게 됐다.
명훈의 수술을 담당하게 되면서 혜정은 얼마든지 고의적인 의료실수를 낼 수도 있었다. 변명 또한 명훈이 했던 것처럼 “수술 중 의료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어”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지홍을 도우며 최선을 다했다. 이 같은 명훈의 수술은 혜정이 과거의 상처에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성장한 것은 혜정뿐만이 아니었다. 부모님의 말에 따라 호감을 드러냈던 지홍과 윤도(윤균상 분)에게 차인 뒤 늘 사랑에 상처받았던 서우는 뒤늦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영국(백성현 분)에게 마음을 열게 됐고, 늘 수동적이었던 영국 역시 서우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지홍과 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홍 역시 성장하는 혜정에 따라 ‘용서’와 희생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초창기 자기중심적적으로만 윤도 역시 타인을 배려하고 응원하는 보습을 보여주게 됐다.
신경외과의 ‘비글의사’ 경준(김강현 분), 강수(김민석 분), 중대(조현식 분) 또한 까불거리는 속에서 실력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한 뼘 성장해 나가면서 소소한 웃음을 주기도 했다.
‘닥터스’가 이와 같은 성장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다. 엄마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삶이 고달파 자신을 방치하던 아빠에게 상처 받은 불량소녀 혜정을 위화함 없이 연기하며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박신혜는 이후 국일병원에 의사로 들어오면서 성장해 나가는 혜정의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나갔다. 김래원은 ‘닥터스’를 통해 전적에서 얻게 됐던 무거운 이미지를 벗고 부드러운 멜로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박신혜와 김래원의 나이차를 넘어선 달콤한 연인케미는 이들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성경과 윤균상은 ‘닥터스’를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할 뿐 아니라, ‘흥행배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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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장이 있었던 ‘닥터스’였지만 배우 중에서도 가장 큰 성장을 이룬 배우는 김민석이었다. ‘태양이 후예’로 안방극장에 존재감을 알린 김민석은 ‘닥터스’에서 레지던트 1년 차 강수를 연기하면서 처음 까불거리는 귀여운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면, 뇌수막종에 걸린 이후에는 이에 따른 두려움과 진지한 강수의 고민을 연기하면서 안방극장을 울리고 웃겼다. 연기를 위해 직접 삭발을 한 장면은 그가 배우로서 성장했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의사들이
‘닥터스’ 후속으로 이준기, 아이유, 강하늘 주연의 ‘달의 연인-보보경심’이 방송된다. 29일 첫 방송.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