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영화 ‘밀정’이 순항 중이다. 배우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이야 익히 모든 관객들이 인정하는 이들이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또 다른 존재감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이가 있다. 바로 배우 엄태구다. 그간 많은 영화들을 통해서 그만의 연기를 꾸준히 선보였던 그지만, ‘밀정’처럼 강렬하면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었을까 싶다.
(이날은 주말동안 무대인사를 하고 서울에 올라온 바로 다음날이었다) “몸은 정말 피곤한데, 너무 좋아요. 무대인사도 물론 정말 좋은 경험이었는데, 그 일정을 함께한 게 김지운 감독님, 송강호 선배, 한지민 선배, 신성록 선배라서 너무 좋았죠. 같이 있다 보니 좋은 기분을 옆에서 덩달아 받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촬영할 때가 가장 정신이 없었던 때인데, 지금은 계속 감사한 게 커요.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지금까지 3번을 봤는데 또 보려고 해요. 볼 때마다 다른 게 또 다른 재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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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하시모토는 마치 엄태구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그를 표현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나 김지운 감독은 ‘밀정’의 하시모토 역할을 위해 직접 엄태구를 캐스팅한 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의 오디션을 거쳤기 때문에 그가 이번 역할을 따냈다는 것은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오디션을 볼 때에는 하시모토랑 상해 정보원 하일수랑 의열단 분들까지 다 봤었어요. 그때도 처음부터 하시모토 역할을 하고 싶었죠. 여태까지 오디션을 보면서 기대했던 역할들은 다 떨어져서 이번에도 기대를 안 했었거든요. 근데 하시모토 역할은 제가 기대했던 역할을 하게 된 두 번째 영화예요. 첫 번째는 ‘차이나타운’이고요. 두 개 외에는 기대한대로 다 안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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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뻐하다가, 3초 정도 후에는 도망가고 싶었어요. 감독님의 팬이었던 만큼 공포도 같이 따라왔거든요. 막상 제가 하게 되니까, 또 절 믿어주신 거에 대한 보답에 대한 부담감 또 송강호 선배님이랑 어떻게 연기를 하며, 일본어 대사에 중국에서 하는 촬영이 처음인 것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그래서 하시모토처럼 광대가 튀어나올 정도로 살이 빠졌었나봐요.”
엄태구에게 김지운 감독은 팬이자, 단역을 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아주 작은 단역을 맡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엄태구는 “그래서 (‘밀정’ 캐스팅이) 더 행복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절 믿어주시는 거에 대해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악마를 보았다’ 촬영을 할 때 촬영이 끝나고 이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사인을 받은 것 같아요. 정말 단역이었는데 처음으로 누군가 촬영장에서 제 이름을 불러주셨거든요. 그래서 영화적으로나 인간적으로 팬심이 컸죠. 역시나 ‘밀정’에서 다 이름으로 불러주시더라고요. 촬영을 하면서도 거의 감독님이 이끌어주셨어요. 헤매는 장면이 있으면 하나하나 만들어주셨죠.”
배우 송강호는 자타공인이 인정하는 배우이자, 후배 배우들도 하나같이 존경심을 표하는 선배이기도 하다. 그렇게 천재적인 연기력을 뽑아내는 송강호와 맞서서, 그것도 그에게 강렬한 눈빛을 쏘아붙이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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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선배를 처음 뵀을 때가 ‘사도’ 시사회 때였어요. 원래도 저에게 크신 분이었는데, ‘사도’를 보고 나니까 정말 좋았죠. 꿈같았어요. 어느 정도 였냐면 계속 눈을 못 쳐다봤으니까요. 리허설을 할 때 정말 이렇게 하다간 큰 일 날 것 같아서 고개를 들었는데, 순간 정말 멍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잠 한 숨도 못 자고 첫 촬영 현장에 갔는데, 정말 깜짝 놀람의 연속이었어요. 은혜를 받았다는 말을 제가 자꾸 하는데, 그만큼 선배님이 잘해주셨기 때문이에요. 이래서 대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죠.”
“선배님 덕분에 연기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었어요. 또 그 뒤에는 막 해볼 수 있게 해주신 감독님이 계셨고요. (촬영) 현장에 다녀와서 누군가가 촬영 잘했냐고 했을 때 행복했다고 처음으로 말했던 현장이었어요. 연기라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말이 나왔죠. 저에게는 연기는 그냥 힘들고 어려운 거였는데, ‘밀정’을 계기로 이렇게 즐거운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밀정’을 계기로 관객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엄태구는 앞으로의 연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존재감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도 많은 변화를 꾀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에게 ‘밀정’은 어떤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기억될까.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진짜를 담으려고 노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