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추석특집 단막극이 사라졌다.
민족 고유의 대 명절 설날과 추석연휴가 다가오면 방송사들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간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대중이 좋아할 만한 특선 영화를 편성하는 등 오랜만에 고향집으로 돌아와 한 자리에 둘러앉아 함께 시간을 보낼 가족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 나선 것이다. 이중에서도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의 싸움은 더욱 치열하다. MBC ‘일밤-복면가왕’ ‘듀엣가요제’ 등의 사례에서 잘 나타났듯, 정규편성에 앞서 프로그램의 흥행 여부를 살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인 덕분에 각 방송사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예능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 가운데 특선 단막극은 찾아볼 수 없다. 2015년 추석과 올해 2016년 설을 맞이해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명적 특집 단막극을 선보였던 SBS마저 올해는 단막극 제작을 포기하면서, 올 추석은 명절 특집 단막극이 없는 연휴로 남고 말았다.
◇ 단막극의 다양한 변주?…예능이 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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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 |
명절 특집 단막극이 사라지면서 생긴 독특한 생김새의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예능도 아닌 것이 드라마도 아닌 이른바 ‘예능 드라마’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 2월 10일 방송된 KBS2 설특집 예능드라마 ‘기적의 시간 로스타임’(이하 ‘로스타임’)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지만 기적적으로 인생의 마지막 추가시간을 부여 받은 사람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톤으로 그린 작품이다. 축구경기의 ‘로스타임’과 인생을 결합, 드라마에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축구 심판진과 해설진’이라는 예능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 기존의 형식을 깨뜨린 프로그램으로 평가 받았다.
‘저승 해설진’으로 등장한 김성주, 정성호 콤비의 재기 넘치는 입담과 지루할 틈 없는 진행 실력은 예능프로그램을 방불케 했으며, 죽고 나서야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극중 인물들의 모습은 드라마에서 얻을 수 있는 감동을 느끼게 했다. 예능프로그램 속 콩트보다 진하고. 단막극보다는 힘을 빼면서 예능과 드라마의 장점만을 취한 것이다. 다만 문제는 시청률이었다. 10일 오후 11시에 방송된 1회 시청률은 2.1%, 그 다음주인 17일 오후 9시에 방송된 2회 3.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면서, 호평과 화제성에 비해 높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016년 추석에는 MBC와 SBS에서 예능드라마를 준비했다. 설날 선보였던 ‘로스타임’이 드라마에 가까운 예능이었다면 ‘우설리’와 ‘씬스틸러’는 예능적인 성격이 더욱 강하다.
오는 15일 방송되는 MBC ‘상상극장 우리를 설레게 하는 리플’(이하 ‘우설리’)는 누리꾼들의 댓글을 출연자들이 연기해 드라마로 만드는 국내 최초 ‘릴레이 댓글 드라마’다. 이종혁이 진행을 맡았고 걸그룹 트와이스 다현, 아스트로 차은우, 개그맨 허경환, 배우 노민우, 문지인, 모델 주우재가 연기를 펼쳤다. ‘우설리’에서 다현과 차은우는 풋풋한 학교 로맨스를 펼치면서, 아이돌의 저력을 보여준다면 동갑내기 주우재와 문지인은 ‘휴먼 판타지’ 장르를 허경환과 노민우는 파격적인 브로맨스 연기를 소화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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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신스틸러’ 스틸컷 / 사진=SBS |
16일 방송되는 SBS ‘드라마게임-씬스틸러’(이하 ‘씬스틸러’)는드라마와 리얼 버라이어티가 결합된 연기대결 프로그램이다. 개그맨 신동엽과 배우 조재현이 MC를 배우 황석정, 김정태, 박해미, 오광록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개그맨 정준하, 김신영, 아이돌그룹 비원에이포(B1A4) 바로, 걸스데이 민아 등이 출연해 연기를 선보인다.
기본적으로 예능프로그램의 틀을 가지고 있으나, 배우들이 출연해 각각 다른 장르의 미니드라마 네 편을 완성시키는 만큼 드라마적인 요소가 들어간다. 연기대결을 펼치는 과정에서 황석정은 리코더라고는 믿기 힘든 환상의 피리 연주를 선보였고, 문학도로 유명한 김정태는 오광록과 시배틀을 펼치면서 예능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배우가 아닌 출연진들은 배우들의 연기에 밀리지 않는 실력으로 극의 완성도를 더하면서 미니드라마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 상품가치 없는 ‘단막극’…명절에도 찬밥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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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방송된 SBS 추석특집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싱’ 스틸컷 / 사진=SBS |
올 추석 편성표에 특집 단막극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 그리고 끊임없이 변주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단막극 자체로 상업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작품성과 시청률은 비례하는 것이 아니지만, 작년 추석 특집으로 방송된 SBS ‘나의 판타지한 장례식’은 4.2%를, 올해 설날에 방송된 SBS ‘영주’는 4.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물론 이른 아침시간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쁜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성적이며, 투자 대비 수익률이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 또한 존재한다.
단막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용이한 광고 판매를 위해 전략적으로 긴 호흡의 인기 드라마를 만들어내야 하는 환경 속 필요성과 상업성의 줄 위에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명절 특집 단막극이 사라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문제는 명절 특집 단막극이 사라지면서,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지상파 3사는 다양한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데, 대부분이 인기 연예인 혹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출연시키면서 대결을 펼치는 등 소재나 포맷, 그리고 출연진들 사이 유사성이 높다는 것이다. 심지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표방하면서, 정작 명절 TV편성표 어디에도 ‘가족’을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현 세대를 살아가는 가족들이 직면한 문제나 다양성, 가족애 등을 말하는 곳은 더더욱 없다.
이에 대해 하재근 문화 평론가는 “상업성이 없는 단막극의 제작이 활발하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방송사에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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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