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내 이름 이화신, 네 이름은 표나리. 내 가슴은 피나리. 이 마음은 티나니” (‘질투의 화신’ 이화신 대사 中)
요즘 조정석만큼 ‘가슴’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마초기자 이화신이 된 조정석은 최근 안방극장을 가슴으로 웃기고 또 가슴으로 울리고 있다. 극중 ‘남자 중에 남자’인 화신이 많고 많은 병중에서도 하필이면 유방암에 걸린 바람에 가슴과 얽힌 웃픈 에피소드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방암 수술 이후 예쁜 가슴 모양을 만들겠다고 교벙 브라를 입었던 화신이 그의 형 장례식장에서 그 모습을 어머니(박정수 분)에게 들켜 흠씬 두들겨 맞는 장면은 가슴이 빚어낸 최고의 웃픈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그렇게 한참을 웃기던 조정석은 사람들이 방심하는 틈을 타 가슴 속에 숨겨놓은 사랑을 드러내면서 이제는 ‘짠함’과 ‘심쿵’을 동시에 전해주고 있다. 날이 갈수록 나리(공효진 분)를 향한 짝사랑이 커지고 있는 화신은 술김에 원하는 건 모두 다 해주겠다고 말했고, 그의 요구에 따라 주크박스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나리가 요구하는 랩까지 소화한 화신은 “내 이름 이화신, 네 이름은 표나리. 내 가슴은 피나리. 이 마음은 티나니”라고 은글슬쩍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더니 “네가 나를 부르지 이기자 내가 대답하지 사귀자”라며 진심을 다해 고백한다. 화신의 고백에 아무것도 모르는 나리는 웃기다고 웃고, 안방극장의 여심은 술렁인다. 이 같은 시청자들의 가슴 떨림은 정원(고경표 분)과 연애 중인 나리의 마음을 되찾겠다며 “개새끼 한 번 돼 보겠다”고 말하는 순간 절정에 달했다,.
이화신이 돼 처음에는 가슴으로 웃기고, 가면 갈수록 가슴으로 울리던 조정석은 급기야 진심어린 고백으로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공략하고 있다. 진정한 ‘가슴 여기 전문 배우’가 아닐 수 없다.
나리가 3년 동안 자신을 짝사랑 할 때는 관심도 없더니,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니 술 취해 찾아와 사귀고자 하는 화신의 모습은 자칫 지질한 인물로 보이기 쉽다. 어떤 의미에서는 민폐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신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유는 조정석의 연기에 있다.
조정석은 온몸으로 연기하는 배우다. 카메라가 가슴을 클로즈업 하면 가슴으로 연기를 하며, 많은 말 대신 눈빛과 떨림으로 자신의 온 감정을 정한다. 대사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조정석의 진가는 더욱 빛이 난다. 긴 대사를 쏟아냄에도 꼬이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이를 맛깔나게 소화한다. 생각해보면 그의 스크린 데뷔작인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키스와 뽀뽀의 차이에 대해 대사 소화력과 온몸을 이용한 연기로 관객들을 웃겼던 조정석 아닌가.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조정석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납뜩이 안되네 납뜩이”라는 명대사를 남겼던 조정석은 비슷한 시기 MBC 드라마 ‘더 킹’에서 우직한 군인 은시경을 통해 정반대의 매력을 발산하면서 단번에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어갔다. 진중한 표정 속 부드럽고 달달한 눈빛은 여심을 흔들었고, 그렇게 그는 단번에 ‘대세’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조정석이 출연하는 작품마다 ‘인생작’을 경신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어떤 배역을 맡겨도 너끈하게 소화하는 연기력에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한 조정석은 오랫동안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오르며 연기실력을 쌓아왔던 ‘준비된 실력자’였던 것이다.
“정석이는 대학로에서 뮤지컬과 연극을 할 때도 인기가 많았어요. 여성 팬들을 몰고 다녔죠.”(2015년 10월 KBS2 ‘연예가 중계’ 배성우)
영화와 브라운관에 진출하기 전 이미 대학로에서 알아주는 배우이자 스타였다. ‘그리스’(2005) ‘올슉업’(2007) ‘스피링 어웨이크닝’(2009) 등에 출연했던 조정석은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조연상, 제15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 등을 받기도 했다. 이 가운데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조정석에게 있어서 매우 특별한 작품인데 이를 통해 드라마와 영화에 데뷔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눈여겨봤던 송지나 작가와 건축학개론’의 제작사 대표는 각각 드라마 ‘왓츠업’과 ‘건축학개론’ 납뜩이로 캐스팅 한 것이다. 그리고 ‘왓츠업’의 편집 작업에 함께하면서 조정석을 긍정적으로 본 이재규 감독은 ‘더킹’에서 은시경 역으로 캐스팅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통해 인생작을 두 편이나 만난 셈이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로 청룡영화상(2012년) 신인남우상을 거머쥔 조정석은 이듬해 영화 ‘관상’에서 관상가 내경의 처남 팽헌을 연기하며 대종상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같은 해 KBS2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조정석은 KBS연기대상에서 장편드라마부문 남자 우수연기상·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
조정석은 소처럼 일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일에 대한 열정은 그의 필모그래피만 살펴봐도 확인할 수 있다. 데뷔 이후 일을 하지 않은 날이 없으며 ‘건축학개론’과 ‘더 킹’으로 주목을 받고 난 뒤 활약은 더욱 활발해졌다.
2015년에는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허세 많은 레스토랑 사장 겸 셰프 강선우를 유쾌하고도 달달하게 소화하면서 ‘로코킹’의 자리에 올려놓았고, 이 같은 흐름은 ‘질투의 화신’의 화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쁜 건 좋은 것 같아요. 근데 ‘꽃보다 청춘’을 갔다 오면서 느낀 건 여행을 꼭 자주 가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원래 긍정적인데, 작품을 쉬지 않고 하다 보니 작품에만 몰입했었어요. 제 일상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죠. ‘꽃보다 청춘’을 하면서 그런 게 생기니까, 제가 좋아하는 사색도 즐기고 그러면서 얻는 것들이 있더라고요.”(2016년 4월 MBN스타 인터뷰 중)
스스로의 장점에 대해 유쾌하고 밝은 모습을 꼽은 조정석은 여전히 밝고 긍정적으로 연기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쉴 새 없지 일을 한 조정석이지만 언젠가 훌쩍 떠날지 모른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를 통해 ‘여행’에 대해 눈을 뜬 것 이다. 실제 지난 4월 MBN스타와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 결심하는 날이 올 것 같다. 비록 언제 올지는 모르겠고, 저나 회사에도 몇 개월이 센 타격일 수도 있겠지, 조만간 파격적으로 회사에 일정 기간 일을 안 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조정석이 회사에 쉰다고 말을 하는 날은 당분간 먼 일일 듯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질투의 화신’ 촬영으로 여념이 없을 뿐 아니라, 그가 출연한 영화 ‘형’이 오는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