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최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화제되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계와 영화계는 ‘한풍’을 맞았다. 손 시려운 계절,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사회적 혼란이 드라마 시장과 영화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패러디를 인용해 드라마와 영화 관계자들의 심정을 표현하자면 딱 이렇다. “내가 이러려고 드라마, 영화를 만들었나 자괴감이 들고…”
정말 어지러운 세상이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과 그의 측근들, 그의 딸 이름이 포털 이름에 며칠 동안 오르내리고 있다. ‘이게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대중은 경악을 넘어 허탈감을 느껴야만 했다. 이런 어수선한 시국은 문화계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문화계 인사들이 태풍의 눈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정한 연예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강력대응과 해명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연예계마저도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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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적인 영향도 있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꼭 한 번쯤은 한숨이 나온다. 관계자들은 입 모아 “가장 최대의 경쟁작은 뉴스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 영화와 드라마들에겐 가장 큰 경쟁작이 ‘최순실 게이트’라는 말이 나온다.
농담이 아니다. 드라마들은 어느 새 뉴스와 정치 분석 프로그램과 ‘시청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거기에 ‘사회 정서 고려’를 했을 때 전폭적인 홍보도, 이슈몰이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 관계자들이고, 기획사고, 제작사고 고심을 안 하는 곳이 없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사회 정서’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작품을 알릴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가요계는 그나마 타격이 덜하지만, 준비하는 기간과 방영 혹은 개봉 기간이 음원보다 더욱 긴 영화와 드라마는 내일 당장 어떻게 시국이 변할지 모르니 그저 노심초사 할 수밖에 없다. 연예인과 작품 관계자들은 괜시리 특정 연예인이나 작품이 실시간 검색어에라도 오르면 기쁘기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지나친 화제마저 행여나 대중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아닐까 눈치를 보게 된다고.
이렇다 보니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일종의 ‘사명감’이 생긴단다. “우리라도 열심히 해서 웃을 일 하나 더 만들어내자”라는 분위기다. 각종 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웃을 일 없는 요즘 건강한 웃음 드리겠다”라거나 “뉴스보다 더 재밌는 드라마 되겠다”라는 각오가 쏟아져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요즘 영화와 방송에서 떠오르는 키워드는 바로 ‘건강함’. 막장 요소 많고, 극적인 사건들이 나왔던 드라마나 영화들도 최근에는 최대한 자극성을 빼고 담백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는 추세다. 건강하고 유쾌한 웃음으로 대중의 시름을 잠시 잊게 만들겠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흐름이기도 하다.
대중문화는 대중이 시름에 잠겼을 때, 분노할 때, 행복할 때에 이를 더하거나 덜어내면서 대중을 토닥이고 위로하기 위해 대중 곁에 있는 존재다. 비록 요동치는 정세 속 어느 하나 조심스럽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래도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라도 본분을 잊지 않고 대중을 위로하고자 오늘도 고군분투 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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