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보통날과 다를 바 없던 어느 날, 이동우는 매니저로부터 자신에게 안구를 기증하겠다고 했던 한 남자의 사연을 듣게 된다. 사연을 전해들은 이후에 이동우와 그에게 기증 의사를 밝혔던 임재신 씨가. 특별한 둘 만의 여행을 떠난다. 영화 ‘시소’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너무나도 많은 공통점을 가진 두 남자의 여행기를 담고 있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똑같은 일상이 시작되는 2010년도의 하루였어요. 집에서 나와서 방송국을 가려고 차에 탔는데 매니저가 울고 있었더라고요. 그런 일이 없는데 너무 놀랐죠. 사고가 있었나 싶어서 물었더니, 말을 못 하더라고요.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오면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면서 그러면서 저에게 눈을 주겠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눈물을 쏟았죠.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더군다나 근육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눈밖에 온전한 것이 없는데, 저로써는 받아드리기 힘든 충격이었거든요. 둘이 차 안에서 울기만 했어요.”
이후 이동우와 임재신 씨는 함께 여행을 떠났다. 오랜 시간동안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왔던 두 사람이었겠지만, 여행을 하는 두 사람을 보면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도 같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여행기가 영화 ‘시소’로 탄생했고, 이를 통해 많을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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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흘렸던 눈물과 제 마음, 그 감정과 느낌을 영화를 통해 관객 분들에게 전달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커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지으시는데, 그 눈물은 좌절과 슬픔이 아니거든요.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의 눈물이죠. 사람이 감동을 받으면 힘을 내요. 안 먹어도 힘이 솟는 거죠. 감동을 받게 되면 사람이 살아요. 죽어가는 사람도 몸이 회복되죠. 그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어요. 세상을 향해 알리고 싶은 이유는, (현재) 감동이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 감동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죠.”
그리고 그 감동이 관객들에게 통하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시국이 어지러운 시기에 ‘시소’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던 부분도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나쁜 평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근데 이렇게까지 좋은 평도 예상을 못했죠. 다큐멘터리와 다른 느낌이 있을까 했는데 그 예상을 뛰어넘는 평이 쏟아져서 감사해요. 기자 분들도 냉철하신데 워낙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죠. 영화는 처음이에요. 노래로는 교감을 해왔지만, 영화출연은 처음이라 조금 낯설기도 하죠. 영화에 대해 또 저, 임재신에 대해 얼마나 집중해주실까 했어요. 다큐멘터리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와,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애인을 보는 고정된 이미지를 생각하다보면 궁금했었죠. 근데 이렇게 질문을 주시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진짜 영화를 잘 보셨더라고요. 지금까지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새로워서 좋았다고 하시면서요. 영화를 보기 전에 가졌던 예상보다 훨씬 더 나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여행을 통해 더욱 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졌다. 또한 그동안 하지 못했던, 혹은 해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어릴 적 소풍을 떠나기 전날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두 사람이 여행을 떠나기 전날 이동우가 느낀 기분은 남달랐을 것이다.
“재신이와 여행한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로 좋았어요. 장애인들에게 여행은 힘들어서, 저도 여행과 멀어졌었는데 재신이와 꼭 여행을 해서 더 가까워지고 싶었죠. 일상 중에서는 힘드니까 오랜 시간 더 마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날 밤 더 설렜죠. 마치 연애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하면 잠도 안 오는 것처럼 설렜어요. 또 둘 다 사고가 나면 안 되고,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죠. 물론 스태프들과 같이 갔던 분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일 가까이 붙어있는 건 난데, 재신이에게 불편함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몸이 힘들어서 재신이보다 뒤처지거나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옷차림을 편하게 했어요. 아주 편하게 헐렁한 등산복 바지에 헐렁한 점퍼를 준비했죠. 촬영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옷차림이지만, 제가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커서 그랬어요. 내가 기동성이 있어야 여행이 좀 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런 준비를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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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를 보면 느끼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주변과 자기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그런 영화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관객들이 ‘시소’를 통해 어떤 것을 느끼길 바랄까.
“이 영화를 관객 분들이 보시면서, 저희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첫 번째로는 불편하겠다는 것과, 두 번째는 이 힘든 세상에서 앞으로 불편하면 안 된다는 걱정, 아픔을 극복하고 일상을 지낼 수 있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죠.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연극으로 따졌을 때는 재신이와 저는 연극배우고 관객 분들인데, 우리 배우들이 관객을 봤을 때 저희와 똑같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다만 모습이 조금 달라서 그런 것뿐인데 와서 보는 관객들이 얼마나 아프고 슬퍼하시는 지 잘 알고 있죠. 그래서 당부 드리고 싶은 건 ‘아픔을 숨기지 말라’라는 거예요. 상처와 슬픔을 애써서 외면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그것을 열어두고 고백했을 때 그때부터 우리는 웃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요.”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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