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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스타 작가의 판타지 신작, ‘푸른 바다의 전설’과 ‘도깨비’가 차례로 안방극장을 공습했다. 두 작품 모두 대박 흥행을 예고하며 쾌속 질주 주인 가운데 시청자의 가슴엔 누구의 작품이 더 크게 남게 될까.
올해 하반기, 브라운관 최대 기대작을 꼽으라면 단연 ‘푸른 바다의 전설’(박지은 작가)와 ‘도깨비’(김은숙 작가)다. 각각 전지현‧이민호, 공유‧김고은이라는 대세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웠고, 전작이 신드롬 적인 흥행을 맛본 국내 최고 스타 작가들의 신작이며,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신비로운 ‘판타지’를 완성했다는 점 등 공통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먼저 첫 스타트를 끊은 건 ‘푸른 바다의 전설’. 무려 16.4%(닐슨코리아 집계)의 시청률로 방송 전 쏠렸던 지대한 관심을 당당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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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두 사람만으로도 1시간을 투자하는 게 아깝지 않을 정도라는 평이 쏟아졌으나 그게 이 드라마에 쏟아진 가장 큰 칭찬이었다.
내용 면에서는 칭찬보단 혹평이 더 많았다. 그 중에서도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박지은 작가의 자기복제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가장 컸다.
외계인 대신 인어가 인간 세계에 오고, 인간 환경에 적응하고, 먼 훗날 다시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 비극을 내포한 사랑. 워낙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사랑을 받았던 터라, 비슷한 장르에 진부한 패턴, 반복된 전지현 카드가 작가의 ‘정체 상태’를 더 크게 부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전지현이 어필하고 있는 여주의 매력 포인트가 ‘별에서 온 그대’와 너무 겹친다는 것.
급기야 일부 장면에서는 연출 콘셉트가 외국 드라마 ‘셜록’이나 외화 ‘스플래쉬’를 떠올리게 한다는 표절 의혹까지 나왔다. 주인공 준재가 최면술을 행하는 과정에서 영국 드라마 ‘셜록’의 일부 장면을, 이야기의 골자가 성공한 청년 사업가가 과거 바다에서 자신을 구해준 인어와 뉴욕에서 만나는 ‘스플래쉬’의 스토리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모든 설정이 새롭고 항상 처음 보는 듯 획기적일 순 없지만, 표절 논란과 함께 개연성에 대한 지적, 캐릭터의 진부함을 함께 지적 받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적지 않다. ‘실제 표절이냐 아니냐’의 진위 여부를 떠나,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가 어디에서 본 듯한 스토리, 장면을 ‘진부하게’ 보고 있다는 점은 스타 작가의 명성에는 유난히 아쉬운 대목이다.
2회 만에 주춤했던 드라마는 다시금 상승세를 보이며 18%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여전히 방송 후에는 “전지현은 예쁘다” “이민호와 전지현의 화보 같은 비주얼에 눈을 뗄 수 없다” 등의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이 자체만으로 ‘흥행 드라마’로서 수치적 손해는 보지 않겠지만, 킬링 타임용 로맨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려면 내적인 업그레이드를 보여줘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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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역시 출발과 동시에 뜨거운 호평 속에서 대박 질주의 청신호를 켰다. (호화 캐스팅‧CG‧영상미 등)예상 했던 풍부한 볼거리는 물론 흥미로운 설정과 빠른 전개, 인물 간 신선한 연계 고리 등을 통해 제대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워낙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터라 ‘태양의 후예’의 잔상이 남을까 우려됐지만, 그림자조차 없었다. 오롯이 요물 같은 ‘도깨비’의 마력만이 강하게 어필됐다. 여전히 김은숙 작가의 특징이 존재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업그레이드가 유독 눈에 띤다.
‘도깨비’에서는 ‘판타지’의 특징을 살린 다양한 재미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불멸을 삶을 살게 된 도깨비가 ‘도깨비 신부’ 지은탁을 만나고 ‘죽을 수 있다’는 희망과 ‘죽고 싶지 않다’는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새롭지 않아도 신선하다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이는 단순 남녀 주인공의 케미 뿐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흥미로운 인물들 간 관계, 이를 통한 다양한 가치관들의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동거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기억상실, 전지전능 등의 다소 진부한 설정을 무마시킬 정도로 두 캐릭터 간 동거 이야기는 신선하게 그려진다.
‘커피 프린스’ 이후 오랜만에 작정하고 귀환한 공유와 원톱 주연급 이동욱의 전략적 양보, 여기에 두 꽃미남 사이에서 톡톡 튀는 매력의 개성파 김고은, 데뷔 이래 가장 낯선 모습으로 돌아온 유인나의 조합은 극단의 화려함이 아닌 작품 전체의 균형을 풍성하게 맞춰준다.
여기에 화보 같은 영상미, 그림 같은 배경은 아름다운 ‘로맨스’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극의 몰입도를 방해할 정도로 마치 광고물을 보는 듯한, 과도한 영상 욕심에서 범할 수 있는 우를 똑똑하게 빗겨갔다.
육성재, 이엘, 황석정 등 든든한 지원근들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다. 남녀 주인공 뿐 아니라, 이들만큼 매력적인 주변 인물들이 많다는 게 이 드라마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 ‘판타지’의 매력을 극강으로 끌어 올리는 남녀 간 로맨스에 서로 다른 마성의 남배우 간 브로맨스, 여기에 곳곳에 퍼진 돼있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제대로 합을 이뤘다.
유난히 튀는 연기
두 대작의 연이은 축포에 시청자들의 눈이 한껏 즐거운 가운데,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인기작’을 넘어 ‘명품 드라마’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은 무엇이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