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배우 서현우는 2016년을 돌아보며 “정신없이 살기 바빴다”라고 말했다. 올해 그는 영화, 드라마는 물론 연극 무대까지 오고가며 누구보다 열일한 배우이다.
올 하반기 그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서현우는 영화 ‘그놈이다’ ‘무수단’ 드라마 ‘사극’ 등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데 이어 영화 ‘죽여주는 여자’ ‘터널’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모습을 드러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서현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병구’가 후쿠오카 독립영화제 대상을 받아 화제에 올랐고, 그는 연극 ‘트루웨스트’와 ‘클로저’로 한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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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웨스트 리턴즈’는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두 형제를 통해 현대 물질 만능주의와 가족의 붕괴 등 여러 사회 문제를 조명하는 작품으로, 서현우는 극 중 방랑자 리(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작년에 이어 올해 ‘트루웨스트’ 무대에 연이어 오른 그는 전 공연의 아쉬움을 보완하는 걸 중점으로 삼아 에너지를 방출했다.
“‘트루웨스트’는 작년에 처음 오만석 선배에게 연락이 와서 인연을 맺게 된 작품이다. 오만석 선배가 전화를 걸어서 이현욱과 시간이 되면 작품 하나를 같이 하자고 하더라. 오만석 선배는 학교 선배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의 풍금’ 뮤지컬 연출할 때 제가 출연을 하면서 꾸준히 연락하면서 지내게 됐다. 그때의 전화로 ‘트루웨스트’를 하게 됐고, 작년에 이어 이번엔 리턴즈로 또 한 번 출연했다.“
서현우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려 했다. 작년에는 공연 3주를 남겨 두고 급하게 합류한 터라 공연을 성공적으로 올리는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리’ 캐릭터에 조금 더 집중한 것. 그는 한 번의 경험을 벗삼아 ‘리가 왜 이렇게 행동을 하는지, 왜 고함을 지르는지’를 연기를 통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렇게 탄생한 서현우표 ‘리’는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됐다. 특히 실제 맥주를 마시면서 점점 극강의 감정 연기를 토해내는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행히 주량이 좀 있는 편이다. 음주 연기가 힘들 수도 있다. 보통 공연을 하면서 4캔 정도를 마신다. 가끔씩 연기를 하다보면 살짝 취기가 와서 순간 벙찔 때가 있다.(웃음) 그때 의지할 사람은 상대배우밖에 없다. 다행히 상대배우가 기가 막히게 캐치를 해주었다. 위기가 약간 있었는데 주정스러운 모습이 어떻게 보면 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리고 어디 가서 술 먹는 공연을 하겠나. 하하하.”
‘트루웨스트’에서 빠질 수 없는 관람 포인트는 서현우와 이현우의 연기 호흡이다. 실제 룸메이트이기도 한 두 사람은 각각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남다른 찰떡 호흡으로 관객들을 무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작년에 호흡을 맞췄던 만큼 같이 사는 사이이기도 하고 수월하긴 한데 그게 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편하다보니까 극적인 긴장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번에 ‘트루웨스트’를 같이 할 때는 긴장감을 가지려고 일부러 거리를 두었다. 작년에는 엄청 소통하면서 작품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 이번엔 거리를 두고 서로의 캐릭터에 집중했다. 공연을 하다보면 애드리브가 많이 생겨나는데 그러다보니 본질하고 벗어난 애드리브가 생길 때가 있다. 이현욱은 본질파이고 저는 모험파다. 이현욱이 제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주었다. 서로 타협을 하면서 맞춰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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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우는 ‘트루웨스트’에 이어 ‘클로저’로 공연을 이어갔다. 연극 ‘클로저’는 위태롭게 얽힌 네 남녀의 뒤틀린 관계와 사랑으로 인한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진실의 의미를 조명하는 깊이 있는 대본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그는 래리 역으로 활약했다.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서현우는 부담을 먼저 느꼈다. ‘래리’는 대본상에 40대로 분명하게 묘사돼 있는 인물이다. 역대 래리를 살펴봐도 나이대가 얼추 비슷한 배우들이 래리로 분했다. 과연 40대 래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라는 부담을 느끼고 있던 그는 노덕 감독이 그 부담을 덜어주었다.
“노덕 감독님이 애써 중후한 느낌을 실으려고 하지 말고 30대 감성으로 해결해달라고 하더라. 그렇게 해도 충분히 재밌는 해석이 나올 것 같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노덕 감독과 호흡은 굉장히 재밌는 호흡이었다. 노덕 감독님도 연극 연출이 처음이지 않나. 모든 걸 오픈을 했다.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공유했다. 무게감을 덜고 의견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호흡했다. 연출이면서도 동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배우들과 같이 찾아가려 했다. 처음엔 정말 연습하는 내내 전투적이었다.”
그렇게 ‘클로저’에 합류한 서현우는 또 한 번의 위기를 겪었다. 래리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하면서 혼란을 느꼈던 것. 다행히 ‘클로저’만 6번째 무대를 서는 배성우의 도움으로 조금씩 갈피를 잡아갔고, 그는 수많은 연습을 통해 해석을 제대로 수용해 ‘래리’를 완성했다.
“배성우는 작품을 많이 했고 일말의 래리에 대한 해석도 깊게 가지고 있었다. 사실 연습 내내 헤매기도 했다. 예를 들면 안나와 험한 말들을 내뱉으면서 싸우는 신에서도 리허설을 하고 나면 다들 좀 갸우뚱 했었다. 아직은 흐름을 모르는 거 같다는 의견이었다. 부조화스러운 게 많았던 거다. 래리에 대한 해석을 완전 다르게 혼자 하고 있었다. 해석의 차이에서 연습 때 혼란스러웠다가 해석을 제대로 수용하면서 해결이 됐다. 배성우에게 거의 전반적인 도움을 얻었다. 따로 연습실 한켠에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서 상담의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서현우는 부담을 덜고 혼란을 이기고 나니 어느덧 ‘클로저’의 마지막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는 마지막 공연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굉장히 후련하고 시원했다”라고 말했다.
“희한하게도 ‘트루웨스트’는 작년에 이어서 했던 공연이라 그런지 섭섭하고 아쉬웠다. 그런데 요번에 래리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시원하더라.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활짝 웃는 나를 발견했다.(웃음) 부담도 갖고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그래서 굉장히 후련하고 시원했다. 다행히 잘 해냈다 이런 생각도 있고, 후련하고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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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우는 2016년을 돌아보면서 “정신없이 살기 바빴다”고 말했다. 연기란 직업이자 삶의 수단이지만 이를 넘어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귀중한 수단이기도 하다는 그는 한해를 연기의 늪에 푹 빠져 열정을 쏟았다.
“올해 목표가 연기 늪에 빠져서 정신없이 살기였다. 결과물적인 걸 생각 안하고 얘기를 했을 때 굉장히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연극도 꾸준히 하면서 드라마, 영화 촬영도 꾸준히 하고. 촬영 끝나고 와서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힘들어서 눈물도 나고 그런 적도 있었지만 기분이 좋기도 했다. 몸은 힘들지만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거니까.(웃음)”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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