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이찬혁(21) 이수현(18) 남매의 악동뮤지션이 지난해 5월 '사춘기 상'에 이어 '사춘기 하'를 3일 발표했다. 두 앨범으로 나뉜 '사춘기'는 '思春期'가 아닌 '思春記'다. '기록하다'라는 뜻을 더해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사춘기를 써내려간 앨범이다.
사춘기는 흔히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인이 돼가는 시기를 일컫는다. 성인이란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사춘기와 청소년은 완전하지 않은 존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뒤집어보면 어른이 된다는 건 기존 체제에 적응하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어른들과 같아진다.
악동뮤지션은 지난 2012년 SBS 'K팝스타2'에 출연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다리 꼬지 마' '라면인 건가'는 일상 속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가사가 돋보였다. 듣는 이들의 몸을 움직이는 리듬 속에 말꼬리를 잡듯이 이어지는 낱말들이 퍼즐처럼 음악과 들어맞았다. 앳된 얼굴의 악동뮤지션이 세상을 관찰하고 음악으로 되씹은 곡들은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다.
2014년 4월 발매된 첫 정규앨범 '플레이'는 악동뮤지션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 데뷔작이었다. '기브 러브' '200%'를 시작해 총 11곡의 리스트는 '악동뮤지션'이라는 이름처럼 재기발랄했다. 어쿠스틱 기타가 단단하게 잡아끄는 노래들은 멜로디와 운율 느껴지는 랩으로 단숨에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이찬혁은 당시 '얼음들'을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 꼽았다. 11곡 중에 다른 결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경쾌한 수록곡들 사이로 삐죽 튀어나오는 느낌이 들 만큼 차분한 피아노 반주에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 어른들을 꼼꼼하게 묘사했다. 사춘기 소년과 소녀가 바라보는 어른들의 우울하지만 현실적인 단면이었다.
"'사춘기 상' 앨범은 발랄하고 순수한 노래로 꾸몄다면, '사춘기 하' 앨범은 겨울에 감상에 젖어들 곡을 골랐다." 이찬혁은 '사춘기 하' 청음시사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감상에 젖어들 곡'이라고 표현했으나 '사춘기 하'는 '얼음들'에서 선보인 세상을 향한 가볍지만은 않은 시선들을 녹여냈다.
새 앨범의 '생방송' 가사인 '난 차가움을 느끼곤/ 곧이어 울었지/ 나 빼곤 다 웃었네…행복하게 놓치지 말고/ 캠코더로 찍어줘'는 고독을 담았고, '오랜 날 오랜 밤'에서는 '사랑해란 말이 머뭇거리어도/ 거짓은 없었어/ 넌 화나 있고/ 참 조용했던/ 그곳이 내 오랜 밤이었어'로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아련한 감정을 꾹꾹 채워넣었다.
악동뮤지션의 새 앨범은 'K팝스타'나 첫 앨범보다 음악적인 기교가 더 발전해 세련됐다는 평가받고 있다. 스트링 등 다양한 악기 구성에 음악적 변주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악동뮤지션의 그동안 선보였던 음악에 비해 이번 앨범이 아쉽다고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음악적으로는 분명 한 단계 성장했다.
그럼에도 악동뮤지션의 번뜩이는 재치가 담긴 '세상을 보는 눈'은 변하지 않았다. "사춘기 앨범을 만들면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는 이찬혁은 몸으로 느껴지는 물리적인 사춘기는 물론 음악적인 사춘기도 뚫고 나가고 있다. 어린 나이에 다른 가수들보다 짧은 시간에 가수로서 성공한 부담도 '사춘기' 연작에 기록하면서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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