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중훈이 진짜 ‘라디오 스타’로 나선다. 대중은 배우도, 영화감독도 아닌 ‘진짜’ 박중훈을 만나게 됐다.
2006년 흥행한 영화 ‘라디오스타’ 주인공이기도 했던 박중훈은 ‘라디오 스타’를 통해 진짜 라디오 DJ로 돌아온다. 1987년, 1990년 라디오 부스에서 청취자와 호흡했던 그의 무려 27년 만의 세 번째 DJ 도전이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행된 KBS 해피FM 신규 프로그램 ‘박중훈의 라디오 스타’(연출 이충언)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자 이충언 PD는 DJ 섭외 배경에 대해 “사내 여러 분들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이구동성 박중훈에 대한 호감이 좋았다.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DJ 역할을 하셨는데, 실제 DJ 했을 때 이질감이 적을 것이라는 생각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40~50대 대상 프로그램이라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현재를 사는 모습도 필요한데, 굉장히 젊게 사시는 것 같다. 옛날 얘기도 많이 하시지만 현재 2017년을 살아가시는 50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서 잘 맞지 않나 하는 생각에 섭외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처럼 라디오 DJ로 나서는 박중훈 역시 설렘을 감추지 못햇다. 박중훈은 “예전에 해봤던 일이기도 하고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을 비교적 짧지 않게 했기 때문에 별 동요 없을 것 같았는데, 어제 밤부터 가슴이 쪼여오더라”고 당일 첫 방송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 경험상 무대 올라가기 전까지가 가장 떨리는 것 같다. 복서도 링에 올라가기 전에 가장 몸이 굳어있지 않을까 싶다.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 PD는 “음악의 비중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전체 방송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음악으로 채울 예정”이라 밝혔다. 주로 선곡하게 될 팝송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주요 청취층이 확실하기 때문에 조금 멀리 가면 70년대, 주로 80~90년대 음악을 틀 예정이지만 추억만 향유하는 게 아니라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한두 곡 정도는 최신곡도 선곡할 계획”이라며 “청취자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갈 생각”이라 설명했다.
결정적으로 ‘박중훈의 라디오 스타’는 동시간대 팝 위주 프로그램인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이에 대해 박중훈은 “타 프로그램과 우리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별점은 내가 그분(배철수)보다 팝송을 잘 모른다는 것”이라며 “음악을 잘 모른다는 걸 무기로 갖고 나왔다”고 당차게 말했다.
박중훈은 “내가 음악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나도 듣고 싶어서 나왔다.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글씨로 써놓았을 땐 아티스트도 모르고 제목도 몰라 소개하기도 버거웠는데 들어보니 너무 친숙한 그런 곡들을 많더라”며 “음악 지식이 얕다는 걸 부담을 갖지 않으려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중훈은 “편하게 하고 싶다. 메시지를 드리거나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부담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며 “나 역시 부담 없이 즐기려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청취율 경쟁에 대해서도 “TV와 달리 라디오는 하루만에 뭐가 달라지는 건 없지 않나. 욕심 부리지 않고 편안하게 가는 게 라디오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성의껏 열심히 편안하게 음악과 이야기를 들려드린다면 한분 두분 모여서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소신을 내비쳤다.
이날 박중훈은 영화 ‘라디오스타’로 받은 대중의 사랑을 동명의 라디오를 통해서도 느끼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40편 넘는 영화를 찍었지만 ‘라디오스타’는 굉장히 특별한 영화다. 여느 작품과 달리 ‘라디오스타’는 모두 다 무장해제하고 봐주신 영화다. 11년이나 지났는데도 영화면 영화, 노래면 노래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며 “그런 의미에서 ‘박중훈의 라디오스타’도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 감독으로 나서며 한동안 대중과 멀어진 자신에게도 특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데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박중훈은 “대중, 관객과 오랜 시간 같이 지낸 편인데 최근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외향으로 봤을 때 고립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라디오 섭외가 왔을 때 대중, 관객 청취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지금 이 시점에 꼭 맞는 옷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나에게는 즐거움, 교감, 소통의 자리다. 듣는 분들께서 피로회복 혹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며 웃었다.
50대 초반의 나이, 라디오를 통해 대중과 교감하는 새 출발선에 선 각오도 전했다. 그는 “20대 땐 50대가 인생을 어느 정도 정리하는 나이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시대가 건강해졌고 10년, 20년은 젊게 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아닐 것”이라며 “(사고가) 열린 50대와 닫힌 50대를 구분짓는 가장 큰 차이는 대화가 가능하냐 여부일 것이다. 가르치려는
‘박중훈의 라디오 스타’는 매일 오후 6시 5분부터 2시간 동안 방송된다. 11일 첫 초대석에는 배우 김수로, 18일 두 번째 초대석에는 방송인 전현무가 게스트로 출연한다.
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