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맨체스터 바이 더 씨`, 비극 속에도 삶은 이어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보스턴에서 건물의 수도관을 고치고 쓰레기 분리수거하며 눈을 치우는 잡역부 리(케이시 에플렉). 바빠 보이는데도 무척이나 무료해 보인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듯한 그는 술 한 잔이 들어가니 일면식도 없는 이에게 주먹을 날린다. 알고 보니 욕도 수준급. 참고 참고 또 참았던 것뿐이다.
리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형 조(카일 챈들러)가 위독하다는 소식이다. 리는 고향인 맨체스터에 돌아가 형의 시신을 대면하고, 조카를 만나면서 자신의 과거와 또 마주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들은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의 거취와도 맞물리며 두 남자의 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누군가의 죽음 뒤 잔잔한 듯 잔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일상이 몰입도를 높인다. 장례 일정을 알아보며 패트릭과 관계도 쌓아가는 리. 자기 일만으로도 복잡한 리는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조카의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상한 감정에 휩싸인다.
패트릭을 놔두고 보스턴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조카가 눈에 밟힌다. 리는 전 부인 랜디(미셸 윌리엄스)와 과거 안타까운 사고도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등학생 조카는 친구들과 하키 경기, 밴드 활동, 여자친구와의 잠자리에 더 신경을 쓰는 10대다.
영화는 리의 감정과 심리 변화를 멀리서 바라보는 관객에게 애잔함을 불러일으킨다. 무심한 듯 아픔을 연기하는 케이시 에플렉에 눈을 뗄 수 없다. 패트릭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세밀한 감정들, 그리고 한 번씩 왈칵 터지는 두 남자의 눈물은 관객에게 묘한 감정을 전한다.
조와 리 형제의 아버지가 남긴 한 척의 배는 이 영화의 중심 축이다.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비와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정박해 있는 배. 영화의 중심인물은 리인데도 패트릭도 무시할 수 없도록 하는데 이 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나를 기다리는 가족과도 같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는 그런 삶 속에서 피붙이의 존재와 고마움이 깊게 다가온다.
맷 데이먼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맷 데이먼은 연출과 주연까지 욕심을 냈으나 스케줄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그는 "제작자로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주연과 연출을 교체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케이시 에플렉은 이 영화로 74회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조만간 열리는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137분. 15세 이상 관람가. 15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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