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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졌어요, 너무나 아파요. 하지만 낫고 싶지 않아요.”
독창적이고 기발하다. 따뜻하고 아름답다. 이탈리아의 시적 낭만을, 아니 시의 구조와 기원에 과감히 다가선다. 어려운 소재를 다뤘지만 편안한 전개와 서정적 아름다움,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로 형언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이 수시로 샘솟는다. 가히 누군가의 ‘인생 영화’로 꼽힐 만한, 깊은 울림과 짙은 여운이 남는 그런 작품이다.
20여 만에 재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가 다시금 관객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실화이자 칠레 작가 안토니오 스타르메타의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이탈리아 작은 섬에 방문한 시인 네루다와 그의 우편배달부로 고용된 어부의 아들 마리오의 특별한 우정을 그렸다.
주인공인 마리오는 노부와 함께 고기잡이 일로 근근이 먹고 산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찾던 그는 우연히 우체국에 취직하게 된다. 그에게 주어진 일은 단 한 가지, 오로지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팬레터와 소포만 배달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시를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마리오는 진정한 낭만, 처음 접하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에 빠져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리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 루소'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도 하게 된다.
마리오는 그렇게 평범함 속 특별함을, 자연과 사랑 낭만 등의 근원적인 것에 대해 새롭게 다가가고 느끼면서 지루하기만 했던, 무의미한 일상을 점차 가치 있는 하루하루로 채워간다.
영화는 그렇게 일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우리가 미처 모르고 지나치거나 잃어버린 가치들에 대해 다시금 일깨워준다. 우리가 늘 꿈꾸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자꾸만 지나치고 포기해버리는 중요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보여주며 느끼게 한다. 스스로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여운까지 남기는, 형언할 수 없는 깨달음의 아름다운 울림을 준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