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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혹은 우상이 현실이 됐을 때 갖게 되는 힘은 엄청나다. 갖은 고역을 치른 뒤 얻게 된 권좌라면 보이지 않는 힘은 더 강해지기 마련이다.
닳고 닳은 전설 아서왕 이야기가 현실의 스크린 속으로 돌아와 힘을 찾으려 한다. 영화 '킹 아서: 제왕의 검'이다. 중세 시대 유럽에서 예수 그리스도 다음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로 알려진 전설의 왕 아서. 역사와 신화 중간에서 많은 이들에게 실존 여부 논쟁을 불어 일으킨 인물이다.
누구도 뽑지 못했던 돌에 꽂힌 칼을 단박에 뽑고 왕이 됐다는 그 이야기를 소재로, 영화 '킹 아서: 제왕의 검'은 어린 시절 불운한 운명에 거리에서 자라 왕좌에 오른 아서(찰리 허냄)의 여정을 따라간다.
이 이야기는 가이 리치 감독을 만나 현대적 감각의 스타일리시한 영화로 변신했다. 코끼리를 위시한 마법사에게 맞서 절대검 엑스칼리버로 적을 무찌르는 왕(에릭 바나)이 등장하는 첫 장면. 그 과정은 짧지만 긴박하게 연출돼 관객을 몰입시킨다. 템포 빠른 음악도 한몫 했다. 몰입감이 높다.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이야기의 관심을 높이는데 좋은 방법이다.
감독은 역사적 정확성이나 고정된 이미지들을 상쇄하려 독창적 방법을 택했다. 마법과 스펙터클, 거대한 생명체 등을 기본으로 관객을 한눈팔게 하지 않는다.
빨리 감기하듯 아서의 어린 시절을 파노라마식으로 빠르게 펼쳐 보이는 방법도 썼다. 1인칭 액션 어드벤쳐 느낌도 난다. 도시의 뒷골목을 가로지르는 추격 질주신은 스피디한 액션을 선사한다. 카체이싱 장면이라고 혼동할 지경이다. 머리가 아프게 느껴질 수 있으니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영화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마법사도 강조된다. 아서를 도우면서 동물을 조종한다. 이 부분에서 이 영화는 분명 판타지이지만, 현실감이 높은 이유는 감독이 강조한 아날로그적 매력이 폭발하는 싸움신 때문인 듯하다. 대형 액션신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킨다.
아서와 그의 삼촌 보티건의 대결도 흥미롭다. 운명을 거부하는 두 남자는 강한 남성미를 오롯이 전한다. 아서 역의 찰리 허냄은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인지도는 아니지만 이번 영화로 주목을
주드 로는 왕좌를 얻고자 하는 악한을 제대로 연기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왕좌를 지키려고 하는 욕망을 표현한 그의 연기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감독과의 친분으로 깜짝 등장한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반갑다.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18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