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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영은 10년 만의 복귀작 `완벽한 아내`에 대해 애정만큼 아쉬움도 남았지만, 안정된 연기로 호평 받았다. 제공|킹엔터테인먼트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KBS2 드라마 '완벽한 아내'는 심재복(고소영 분)의 가정을 뒤흔드는 의문의 여자 이은희(조여정 분)를 다뤄 초반부터 작품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평범한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벗어나 '막장' 논란으로 끝을 맺었고, '완벽한 아내'라는 타이틀과는 거리가 점차 멀어졌다. 드라마가 끝난 후 만난 고소영(45)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촬영 일정이 빡빡하거나 예쁜 역할은 아니라서 촬영이 어렵진 않았어요. 작품이 처음보다 다른 방향으로 가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죠. 시청률을 떠나 작품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죠. '웰메이드'라는 호평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처음 이야기를 모를 정도가 됐고 심재복이라는 캐릭터의 힘이 빠지는 듯했어요."
고소영은 10년 만의 복귀작으로 '완벽한 아내'를 선택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아줌마의 성장'을 다룬 드라마였고, 흥미로운 소재에 고민 끝에 출연을 결심했다. 심재복은 남편 구정희(윤상현 분)의 외도에도 가정을 지키려고 했다. 사이코패스 이은희까지 감싸 안는 심재복은 강인했으나 오직 가정에만 충실한 과거 드라마 속 한국 아내의 모습을 답습했다.
"심재복은 먼저 공격하기보다는 방어하는 스타일이었죠. 바람핀 남편도 받아줄 정도로요. 평범한 주부지만 모성이나 우먼파워를 보여줄 수 있을 듯했는데, 점차 남편을 만나는 명분이 구차해지는 것 같았어요. 캐릭터의 구체성이 떨어져 심재복이 욕먹을 이유가 없는데도 '답답하다' '고구마'라는 말을 들어 서러웠죠."
'완벽한 아내'는 기획보다 편성시기가 앞당겨진 드라마였다. 이은희를 둘러싼 비밀이 심재복을 조여오는 건 확실히 한국에서 접할 수 없었던 전개였다. 쟁쟁한 경쟁작에서 시작한 '완벽한 아내'는 시청률 부진을 겪었고, 이은희를 둘러싼 자극적인 사건만 재생산됐다. '흥미로운 소재'라는 평가를 뒷받침할 만한 '안정된 전개'는 찾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고소영은 심재복을 향한 애정을 잃지 않았다.
"새로운 장르라고 느꼈지만, 뒷심이 빠져버린 거죠. 아이 둘을 낳고 육아에 전념하다가 지금 시기가 복귀하기 좋다고 봤어요. 화려한 배역보다는 제 인생의 변화에 따른 경험이 녹아든 캐릭터가 좋았죠. 배우들도 극의 전개가 복잡해져서 혼란이 온 듯해요. 재복이가 씩씩한 사랑을 하길 바랐는데, 구정희에게만 집착한 것 같습니다."
1990년대부터 '패션 아이콘'이었던 고소영은 이번 작품에서 모든 것을 내려놨다. 세련된 정장보다는 실제 주부들이 입는 옷을 입고, 가벼운 화장만 했다. 고소영은 "촬영장에서 가장 분장 시간이 짧았던 배우였다"고 회상했다. 드라마에서 오랜만에 시청자와 만나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했지만, 오히려 가볍게 접근했다.
"'고소영'이라는 이름이 가진 특정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었어요. 예쁘게 보이려고 한 건 없고, 저를 완전히 내려놨죠. 미(美)를 겨뤄야 할 것도 아니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어요. 이제는 스태프와 나이 차가 나서 막내들이 귀엽더라고요."
고소영, 조여정을 내세운 '완벽한 아내'는 두 여성 배우가 주연으로 작품을 이끈 의미도 있었다. 남성이 주인공을 독차지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고소영이 애착을 갖고 촬영한 이유이기도 했고, 그만큼 안타까운 감정도 뒤따랐다.
"최근에는 여성들이 독립적이죠. 심재복이 평범한 아줌마에게 조금 더 기둥 같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어요. 심재복이 모든 것을 참고 가정을 지키는 것은 조선시대의 발상인 것 같았죠. 심재복이 아이들의 부모로서 구체적인 것을 보여주거나 어떤 직장에서든 씩씩하고 주체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작품이 끝나고 되돌아볼수록 아쉬움이 남는다는 건 애정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소영은 자신을 '심재복'이라고 불러준 시청자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지난 4개월 동안 고소영이 아닌 온전히 심재복으로 살아온 것이다. '완벽한 아내'로 복귀해 연기 근육을 푼 그는 이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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