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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한당’ 설경구, 브로맨스 그 이상의 관계 |
“변성현 감독이 ‘불한당’을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얘기했는데, 그 얘기를 영화 촬영이 다 끝나고 들었다.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촬영하기 전에 들었다면 굉장히 헷갈렸을 거다. 설정이 되고나서 영화를 찍는 것과, 그 후에 알게 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설정은 연기 하면서 찾아갔던 것이지 처음부터 정의를 내리고 촬영했으면 지금과 다르게 나왔을 거다. 뒤늦게 말해줘서 고마웠다.”
‘불한당’은 모든 것을 갖기 위해 불한당이 된 재호(설경구 분)가 더 잃을 것이 없기에 불한당이 된 현수(임시완 분)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 가까워지면서, 의리와 의심이 폭발하는 과정을 그렸다. 두 남자가 가까워지고 부딪히며 발생하는 시너지가 영화의 백미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두 남자의 이야기지만, 성장물 같이 느껴졌다.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딛는 성장담 같았다. 극중 임시완은 어떤 길이든 버림 받으면서 계속 걸어갈 것 같았다. 현수 역에는 임시완이라는 맑은 이미지에 배우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딱 사회 첫발을 디딘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가 거친 남자로 변해가는 과정이 잘 담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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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앞서 이 영화에 대해 “브로맨스 그 이상의 관계를 표현했다”고 말했었다. 그는 “동성애는 아니고 브로맨스보다 두 배는 진한 관계가 아닐까 싶다. 촬영할 때도 그렇게 임했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신 같은 경우는 정말 묘한 느낌을 연출하고 싶었다. 임시완의 몸을 수색하는데 이상하게 숨소리가 묘하더라. 둘만 갇힌 공간에서 호흡이 가빠질 상황은 아니었는데, 더해서 공기자체를 묘하게 만들고 싶었다.”
‘불한당’은 고전 느와르 영화에 새로운 트렌드를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독립 영화로 시작해 청소년관람불가 로맨스 ‘나의 PS 파트너’까지 톡톡 튀는 재능을 발휘했던 변성현 감독은 기존의 범죄액션 영화 공식을 허물고 재기발랄한 연출로 ‘불한당’을 탄생시켰다.
설경구는 영화 출연계기로 감독을 꼽았다. 그는 “시나리오가 굉장히 잘 읽혔다. 읽고 나서 감독님을 만나고 싶었다. ‘나의 PS파트너’를 재밌게 봤었지만 왜 전혀 다른 ‘불한당’을 하려는지 궁금했다. 이 사람의 정체가 둘 중에 어느 쪽인지, 이 영화를 왜 하려고 하는지 묻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이랑 둘이서 술 한 잔 기울이면서 물었다. 굳이 이 영화를 해야 하냐고. 그랬더니 자기의 스타일을 확실히 낼 것이고, 남자들의 이야기지만 감정이 중요하다고, 기존의 봐왔던 영화는 안 찍을거라고 하더라. 근데 못 믿겠더라. 그래서 한 번 더 만났다. 그때서야 변성현이라는 사람이 보였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