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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적’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MBC 사극의 힘을 보여줬다 |
지난 16일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은 30부작으로 끝을 맺었다. ‘역적’은 첫 방송 시청률 8.3%를 기록하며, 다소 낮은 수치로 극을 시작했다. 그러나 탄탄한 스토리와 아역들의 호연, 그리고 무게감 있는 김상중의 연기로 시청률 10%를 진입했고, SBS ‘귓속말’과 경쟁을 벌이며 월화극 1, 2위를 유지했다.
올해 MBC는 ‘역적’을 시작으로 ‘군주 가면의 주인’ ‘왕은 사랑한다’까지 사극으로 진검승부를 펼친다. 그런 가운데 ‘역적’이 좋은 출발을 알리며, MBC가 사극의 명가임을 입증했다.
◇ 살아 숨쉬는 듯한 입체적인 캐릭터
홍길동(윤균상 분)을 비롯해 연산(김지석 분), 녹수(이하늬 분), 가령(채수빈 분), 김상중(아모개 분), 참봉부인(서이숙 분), 수학(박은석 분) 등 강렬한 캐릭터들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홍길동과 악연이 깊은 연산과 참봉부인, 수학의 대립은 극의 갈등을 심화시키며, 30부작을 이끌어 왔다. 극이 절정을 향할수록 광기에 사로잡힌 연산은 섬뜩한 폭군이 되어갔다. 김지석은 폭군이 될 수밖에 없는 연산의 현실을 이해도 높게 그려내며, 심화된 이야기의 중심에 섰다.
참봉부인도 역시 극의 갈등을 조장하는 한 축으로, 초반부부터 홍길동과 대립된 인물이다. 물질적인 욕심으로 인해 아모개의 부인인 금옥을 죽게 만들었고, 이후 아모개 집안과 악연이 이어나갔다. 그는 도를 내세우며, 천민인 홍길동이 반기를 들지 못하게 가로막는 존재로,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갈등 요소로 자리 잡았다.
또한 홍길동과 가령 그리고 녹수의 사랑 이야기도 더해져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녹수는 권력을 위해 한없이 냉혹한 면모를 보여줬다. 연산을 사로잡는 농염한 매력과 냉철한 카리스마는 재미를 더했고, 홍길동을 사이에 두고 펼치는 가령과 신경전에서 또 다른 재미를 만들었다. 그리고 초반부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 김상중과 아역들의 열연은 무거운 이야기를 쌓아 올릴 수 있는 튼튼한 버팀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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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적’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MBC 사극의 힘을 보여줬다 |
◇ 허구와 사실이 섞인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역적’은 허균의 소설 속 도인 홍길동이 아닌, 연산군 시대 실존 인물 홍길동의 삶을 다뤘다.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심층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홍길동이 100년에 한 번 등장한 아기장수라는 설정과, 그의 연인 가령(채수빈 분) 등이 허구 요소다.
또한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상상에 덧대 섬세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실제로 일어난 무오사화와 중종반정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 연산은 김일손을 비롯해 그의 고향 지인들까지 모두 반역죄로 엮어 처단하는 무오사화를 일으켰다. ‘역적’에서는 해당 사건을 길동(윤균상 분)과 충원군(김정태 분)을 교묘하게 엮어 풀어냈다.
연산의 역린을 찾고 있던 길동은 연산이 할아버지 세조의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 이와 관련해 반역죄까지 만들어냈다는 소문을 접하고는 계략을 세웠다. 평소 충원군의 집에 드나들었던 이가 김일손의 고향 동무라는 사실을 알아낸 뒤 그를 이용해 충원군을 엮은 것.
또 중종반정은 연산군을 몰아내고 이복동생인 진성대군(중종)을 왕으로 추대한 역사적 사실이다. 후반부 이 사건은 갈등을 조장했고, 이를 홍길동의 업적으로 풀어내며 이야기의 흐름을 끝맺었다.
‘역적’은 탄탄한 스토리와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픽션 사극의 한 획을 그으며 긴 호
신미래 기자 shinmirae9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