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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여전사, 살인병기 ‘악녀’로 활약 중인 김옥빈에 이어 일본인이지만 제국주의에 반대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진취적 여성이자 ‘박열’의 연인, 후미코(한국 이름 ‘문자’)를 연기한 신예 최희서, 가족의 일원인 슈퍼돼지 ‘옥자’를 찾아 위험한 어드벤처를 무릅쓰는 ‘미자’ 안서현까지. 걸크러시 여배우들이 극장가를 점령할 전망이다.
‘악녀’(감독 정병길)는 올해 칸 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후 지난 8일 국내 개봉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리지 않고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기록하며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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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자신의 몸 자체를 무기로 쓰며 거구의 남성들을 단번에 제압하는 에이스 킬러. 피 튀기는 혈전 끝에 경찰에 붙잡힌 그녀는 여성 킬러들을 양성해내는 비밀 기관의 침대 위에서 눈을 뜬다. 뱃속 아이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지만 예상치 못한 타깃의 등장으로 충격적인 과거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김옥빈은 이 같은 숙희를 제 몸처럼 연기해낸다. 평소 꾸준히 다져 온 무예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하지원을 잇는 새로운 액션 여배우로 거듭났다. 아름다운 비주얼과 잔혹한 살인, 리얼한 액션에 한 명의 여자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절망의 연속에 마주하는 절망감과 처절함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그간의 내공을 마음껏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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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20년대 도쿄에서 무정부주의단체 불령사를 결성해 일본 황태자 암살을 계획한 박열과 그의 일본인 연인이자 동지인 후미코의 실화를 담는데, 최희서는 박열 역의 이제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물론 때때로 극을 압도하기 까지 한다.
극중 일본인이지만 제국주의에 반대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기개와 연인에 대한 깊은 사랑, 탁월한 일본어 연기까지 신예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랑이 이긴다’ 등 저예산영화의 단역과 ‘데스데모나는 오지 않아’ 등 연극에서 주로 활동한 그는 영화 ‘동주’ 출연 직후 ‘박열’에 캐스팅되며 이준익 감독의 새로운 뮤즈로 떠올랐다. 유년기를 일본에서 보낸 경험이 있는 그는 일제강점기 자료 고증 과정에 힘을 보탰고, 극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어 대사를 감수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최서희에 대해 “완벽한 일본어, 연기 기량, 영화에 임하는 자세, 시나리오 분석 능력까지 모든 게 탁월했다. 그 시대 여성이 가진 근대성을 완벽히 표현했다”며 강한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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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미자는 옥자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으로, 순수함과 용기의 결정체.
안서현은 글로벌 기업 미란도로 인해 옥자를 빼앗긴 뒤 홀로 집을 나와 서울을 거쳐 뉴욕까지 긴박하고도 치열한 추격전을 지속한다. 이리저리 뛰고 구르며 몸을 사리지 않는다. 친구를 되찾기 위해 세상과 싸우는 소녀의 순수하면서도 당찬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과감한 액션부터 섬세한 감정 연기까
14살의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도 파워풀하면서도 안정적인 연기로 베테랑 배우 틸다 스윈튼에 결코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역시나 이번에도 봉준호 감독의 안목은 빛을 발휘한다.
현재 상영 중인 ‘악녀’에 이어 ‘박열’은 28일, ‘옥자’는 29일 각각 개봉한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