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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10년 공영방송은 여기저기서 까이고 또 까인다. 2명의 대통령은 이들에게 심하게 매질을 해댔고, 최고 권력의 지시를 받은 사장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거나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기자들과 함께 언론 자유와 공영방송을 지켜야 했던 보도국장과 본부장마저 동조했다.
언론인으로서 대중이 등을 돌린 게 가장 뼈아프고 가슴 사무치는 일일 터. 현장에서 공영방송 기자들은 야유와 비난을 정통으로 맞았다. 뒤통수는 따가울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이 등을 돌린 이유는 진실이 아닌 왜곡 보도와 정권 입맛에만 맞는 기사로 공영 방송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KBS와 MBC 기자들이 이렇게 망가진 이유와 원인은 무엇인가. 이 사태를 만든 주범과 공범자들이 이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의 비판의 대상으로 등장해 관객을 짜증 나게 한다. 물론 그들의 대사는 별로 없다. 으름장을 놓거나 협박한다. 격렬한 대응을 하거나 도망가고 내빼는 장면이 있으니 액션도 있는 셈이다. 그를 따라가는 카메라 구도는 액션에 이어 첩보물을 보는 듯하기도 하다. 방송을 망가뜨린 이들은 가끔 잘못한 것 없다는 듯 당당하게 몇 마디 하는데 우습게 들리기도 한다.
이들을 비추는 카메라의 중심에 최승호 감독이 있다.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밀려난 'PD수첩' 출신의 최 감독은 마이크를 들이밀고 송곳 질문을 던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건네는 질문이 압권이다. "4대강 수심 6m는 본인이 지시한 건가?"와 "언론 망가트린 주범인 걸 아시나?"라는 돌직구가 짜릿한 감흥을 준다.
수많은 조·단역이 주는 뭉클함도 있다. 언론 자유와 공영 방송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조직원들이다. 대항하다 해직과 정직, 대기 발령 등 갖은 수모를 겪는다. 특히 김민식 PD는 "김장겸은 퇴진하라"라는 투쟁 구호를 외친다.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서도 MBC 본사 한가운데서 구호를 외친다. 그의 아내는 다른 사람이 동참하지 않으면 혼자 돌아이가 되고 낙인찍힌다고 남편을 걱정했다. 현실적인 걱정에 그의 아내를 이상하다고 바라볼 텐가?
다행히 의식 있는 MBC 내부 직원들이 동참한다. 이 부분이 영화 '공범자들'의 클라이맥스라고 해도 될 듯싶다. 이들은 여전히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 싸우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MBC의 이용마 기자는 암까지 걸렸다. 힘들게 싸우는 이유가 뭐냐는 물음에 이 기자는 "지난한 세월에 침묵하지 않았다는 것, 그걸 보여주려고 했다"는 말을 남긴다. 관객의 가슴에 깊이 남을 것 같다.
'점령' '반격' '기레기', 3부작으로 나눠진 짜임새가 좋다. 공영방송이 어떻게 점령됐고, 권력에 저항한 내부 구성원들이 어떻게 반격했는지, 그리고 패배한 뒤 어떻게 됐는지 상세하게 추적했다.
물론 이 사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그다지 새로운 내용이 없어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공범자들인 '주연 배우들'의 대사도 짜증 나거나, 최 PD의 질문에 변변찮은 대꾸를 하는 것에 기분이 나쁘기도 할 듯하니 영화 보는 맛보다 스트레스가 더 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범자들'은 공영 방송의 내부 구성원들이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린다. 다른 의미에서의 재미와 감동, 뭉클함이 가득하다.
여전히 공범자들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영방송 뉴스도 전파를 탄다. 연회에서 취재를 거부당하고 쫓겨난 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잘들 산다. 잘들 살아"라는 최승호 감독의 탄식처럼 잘 먹고 잘살고 있다. 파업에 참여했다가 복귀한 이도 있다. 이들을 욕해야 할까.
그것보다 이들의 싸움에 도움을 주거나 응원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다. 관객, 즉 대중은 촛불의 힘을 이미 여러 번
현재 이 영화에서 지목된 이들이 법원에 "명예를 훼손하고, 초상권·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영화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11일 결과가 나온다. 그에 따라 17일 예정된 개봉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