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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정유미)은 누구나가 알아보는 스타다. 과거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받고, (아마도 설레는 마음으로) 카페를 찾아온 유진은 실망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린다.
과거 남친 창석(정준원)은 반가워하는 마음은 잠시일 뿐, 유진에게 조심스러운 듯하면서도 연예인들과의 스캔들과 성형 의혹 등 가십성 질문을 쏟아낸다. 또 회사 동료들이 과거 유진과 사귀었다는 말을 안 믿으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질 않나, 급기야 회사 동료들이 카페 밖 저 건너편에 ’인증’까지 하고 있다.
유진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진 않지만 적잖이 실망한 듯 보인다. 스타가 된 유진이 카페에 나온 게 아무래도 예사 감정은 아닐 텐데도 창석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영화 ’더 테이블’은 유진과 창석의 이야기뿐 아니라 하룻밤 사랑 후 다시 만난 경진(정은채)과 민호(전성우), 결혼사기로 만난 가짜 모녀 은희(한예리)와 숙자(김혜옥), 결혼이라는 선택 앞에 흔들리는 혜경(임수정)과 운철(연우진) 등 네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테이블을 통해 연결된다. 하루 동안 이 카페에 머물다간 여덟 사람의 이야기는 사랑과 삶과 연관돼 있다.
영화의 문을 여는 유진-창석의 이야기가 아무래도 인상 깊다. 신예 정준원의 찌질한 듯하며 능청스러운 연기가 웃음을 유발한다. "실제로 좋아하는 연예인인 정유미 선배가 앞에 있어서 대본을 숙지한 후 본능에 충실한 것 같다"고 한 정준원의 말처럼 능청스럽게 실제 정유미에게 하는 것처럼 궁금한 걸 묻는다.
인스턴트 사랑이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던 경진과 민호 이야기, 어쩔 수 없는 거짓말 상황극을 해야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마음이 동해 해도 되지 않을 말을 털어놓는 은희와 숙자 이야기, 결혼을 앞두고 싱숭생숭한 마음의 여자와 여자를 떠나 보내는 듯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아닌 남자의 속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한 혜경과 운철의 이야기 등 각 에피소드 모두 매력적이다.
가만히 이들 8명의 대사를 음미해보면서 현실과 맞닿은 삶과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이 카페 안에서 대화로 이뤄져 있기에 동적인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상황과 심리에 몰입하면 누구보다 이들의 대사와 표정, 행동이 움직이는 듯 느껴진다.
사연과 처한 상황은 각자 다르지만 이 여자들은 분명 모두 사랑에 빠졌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소비한다. 어여쁜 여배우들의 매력이 싱그럽기도 하고, 귀엽게도 다가온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
김종관 감독 특유의 섬세함과 통찰력이 시나리오가 가진 글의 힘과 영상으로 잘 표현된 덕도 있겠지만, 연기한 배우들의 대화 톤과 표정들도 살아있어 현실적 느낌이 배가 된다.
화려하고 복잡한 영화들에 진이 빠진 관객에게 잔잔한 미소와 생각할 거리를 전하는 게 큰 장점이다. 70분. 12세 이상 관람가. 24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