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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그날 올라왔다는 환자는 바로 엄마였다. 조금만 더 들었으면, 엄마의 말을 한마디만 더 들었어도.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내가 의사로서 내가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죽음을 선고하는 일뿐이었다."
지난 30일 처음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병원선'에서는 외과의사 송은재(하지원 분)는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로 올라온 어머니를 외면했다. 하지만 그는 모친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다른 의사들이 꺼리는 병원선에 올랐다.
이날 '병원선'에서는 주인공 송은재가 어머니를 잃는 과정으로 캐릭터를 설명했다.
송은재는 아침 조깅을 하다가 우연히 두성그룹의 후계자의 사고를 목격한 뒤 직접 심폐소생술을 하고, 수술을 집도했다. 그는 긴장이 흐르고 순간에 따라 위기가 덮치는 수술실에서도 침착했다. 수술 보조 의사와 간호사들이 당황할 때도 흔들리지 않고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그러나 송은재는 외과 과장이 되는 목표에만 몰두해 어머니에게는 소홀했다.
송은재를 연기한 하지원은 이번 작품이 첫 메디컬드라마 도전이다. 하지원은 금융사기로 도망친 아버지와 고향에서 힘겹게 사는 어머니를 두고, 수술에만 집착하는 천재 의사 송은재를 표현했다. 환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지 않고, 가족에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 캐릭터를 설명했다.
첫 방송인 만큼 '병원선'은 송은재를 비롯해 등장인물들이 병원선에 오르는 사연도 담았다.
송은재와 반대로 따뜻한 시선으로 환자를 돌보는 내과의사 곽현(강민혁)은 '한국의 슈바이처' 곽성의 아들이었다. 그는 헌신적인 의사 남편 때문에 힘들게 살았던 어머니를 보면서 잠시 세상과 떨어져 있기 위해 병원선의 식구가 됐다.
'병원선'은 하지원을 내세웠으나 향후 전개가 예상될 정도로 메디컬드라마가 가진 특징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했다. 송은재 곽현이 '가족'에 얽힌 사건으로 병원 오른 것이나 서로 정반대의 성향을 가졌다는 건 두 사람이 앞으로 화해를 통해 사랑과 진정한 의사로서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를 쉽게 가늠하게 했다.
의사로서 훌륭한 자질을 가졌지만, 타협하지 않는 송은재는 당분간 기존 병원선 식구들과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설정 또한 하나의 팀으로 성장하는 모습으로, 메디컬드라마가 그동안 보여줬던 것이다.
'병원선'은 배우들의 무난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자칫 뻔한 전개로 흐를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첫 회지만 두드러지게 기억되는 장면이 없었
전작 '죽어야 사는 남자'의 성공을 잇기 위해서 '병원선'은 급박한 수술실의 긴장감이 있는 메디컬드라마의 장르적인 특징을 살리면서도 소외된 환자를 돌보는 의사의 성장을 통해 안방극장에 온기를 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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