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리 스릴러 ‘희생부활자’로 돌아온 곽경택 감독. 사진|강영국 기자 |
“내가 이걸 정말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설레는 마음과는 정반대로 나의 목덜미에 딱 꽂히는 게 있었어요. ‘괜히 새로운 걸 쫓고, 도전이랍시고 나섰다가 고통스럽기만 한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죠. 아마도 전작이 안긴 ‘트라우마’ 때문이겠죠? 하지만 결국엔 편하고 쉬운 길 보다는 힘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걸 해보기로 결정했어요. 나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 고통스러운 경험을 뛰어넘고 싶었어요. 그게 내가 감독으로서 가고 싶은 길이니까.”
배우 김해숙은 영화 ‘희생부활자’의 고된 작업을 마친 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정도로 낯설고 새로웠다. 그리고 그것이 곽경택 감독의 손에서 완성됐다는 것에 놀랐고, 이것을 직접 (곽 감독이) 찍는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역시나 거장은 거장이었다"고 감탄했다.
이 얘기를 전하자, 곽경택 감독은 “‘거장’이라니 말도 안 된다. 최근 만든 작품들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했다. 옛날 충무로에서 이런 성적표면 벌써 아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감사한 인복 덕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오랜 기간 감독 생활을 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안전하고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걸 해야 하지 않나’하는 고민이 많았다. ‘희생부활자’는 그런 면에서 상극의 영역에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도 꼭 해야만 했다. 새로운 것을 거부하는 순간 창작자의 생명은 진정 끝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곽경택 감독은 "영화가 잘 된다면 배우들 덕"이라고 겸손해 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
영화는 ‘살해당한 이들이 살아 돌아온다’는 판타지적 소재를 전면으로 다룬다. 누군가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오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간헐적으로 관측되는데 이들은 RV(Resurrected Victim)라고 불리며, 복수를 마치고 나면 다시금 사라진다.
오토바이 강도 사건으로 처참하게 살해당한 뒤 7년 만에 다시 살아 돌아온 ‘명숙’(김해숙 분). 그는 생전 모습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끔찍이 아끼던 아들 진홍(김래원)을 보자 순식간에 칼을 든 채 맹렬하게 공격하며 섬뜩한 충격과 공포를 안긴다. 복수를 위해 돌아온다는 희생부활자(RV) 사례들을 미뤄 짐작했을 때 엄마의 죽음 원인이 아들에게 있음을 의심하게 되는 상황. 진홍은,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끈질긴 추격 끝에 결국 불편하고도 씁쓸한 진실을 밝혀낸다.
곽 감독은 “내 연출에는 허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해숙 선생님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굉장히 만족스럽게 나왔다. 그들이 내 영화를 살렸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김래원을 먼저 캐스팅한 뒤 김해숙 선새님을 매치하려니 사실 과거 ‘해바라기’의 잔상이 떠올라 의구심이 들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숙’을 연기해낼 사람은 오직 김해숙 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예감은 완벽하게 적중했다”고 했다.
“평소에는 감히 사회정의나 가치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누구에게 전하려고 하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영화 속에 단지 ‘복수’라는 메시지, 특이한 ‘소재’만으로 모든 여백을 채우고 싶진 않았어요. ‘용서’라는 가치,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에 대해 어떻게든 이야기하고 싶었죠. 원작이 가진 강력한 ‘몰입감’을 최대한 살리되 그 외의 이야기도 꼭 함께 하고 싶었어요.”
작업했던 모두의 애정과 열정이 컸던 만큼, 완성된 영화를 본 뒤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갔단다. 곽 감독은 “오랜만에 출연한 배우들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니 기분이 묘하더라. 누구 하나 거를 것 없이 모두에게 너무나 고마웠다”고 했다. 이어 “만약 칭찬을 받는다면 그것은 배우들의 덕이고, 어떤 것이든 실망을 안게 된다면 그건 나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배우들은 저마다 완벽하게 제 몫을 해냈다”며 연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 곽경택 감독은 이번에도 `새로운 것`에 용기내 도전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
곽경택 감독과 김해숙 김래원, 그리고 전혜진 성동일 등이 호흡을 맞춘 ‘희생부활자’는 12일 개봉, 극장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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