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루시드폴 인터뷰 사진=안테나 |
“가사는 모두 원고지로 정리했다. 요즘은 스마트 폰으로도 가사를 쓰지만, 난 아직 옛날 사람이라서 노트나 에이포용지에 연필로 계속 썼다. 컴퓨터로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목 디스크가 있어서 어깨와 목에 무리가 간다. 그래서 직접 주문한 원고지에 다 써내려갔다. 이렇게 앨범을 발매한 것은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됐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고음질 음원을 가질 수 있다. 예전처럼 CD, LP 등을 구해서 갖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읽을거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앨범을 사시는 분, 사고 싶어 하는 분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 작업을 제주도에 위치한 9평 남짓한 작은 작업 공간에서 진행했다. 이 작업 공간은 루시드폴이 제주도 생활을 하며 직접 지은 공간이기도 하다. ‘노래하는 집’은 이번 앨범의 모든 창작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녹음과 믹싱을 했다. 악기의 울림과 귤밭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담기 위해서였다. 보통 가수들의 앨범 녹음 작업은 작은 소음까지 차단하는 녹음실에서 이루어지지만, 루시드폴은 아날로그적인 것에 집중해 자연스러우면서도 조금은 투박한 앨범을 완성했다.
![]() |
↑ 루시드폴 인터뷰 사진=안테나 |
“원래 건축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을 짓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제주도에서 살면서 농사를 짓게 된 지 4~5년차가 넘어가는 것 같다. 지금껏 다른 밭을 빌려서 농사를 했는데, 내 밭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필요한 공간이 창고였다. 창고를 지으면서 그 위에 작업 공간을 한 칸 더 쌓아 올렸다. 지난 앨범 같은 경우에는 서울에올라 가서 녹음을 했는데, 특별한 공간에서 녹음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스튜디오처럼 완벽한 공간은 아니지만, 모든 걸 이 안에서 다 했다. 어떤 곡을 들어보면 벌레 소리도 들린다. 의도와는 다르지만, 이 곳에 있다 보니까 풀벌레 소리가 많이 들리는 시기가 있다. 그 소리가 굉장히 예뻐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마이크로 녹음을 했다. 음반을 사시는 분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까 싶어서 자연 소리, 노래, 피아노가 들어간 곡도 수록했다.”
루시드폴은 이번 작업 공간에서 음악 인생 처음으로 녹음에서 믹싱까지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디게 진행됐지만, 자신의 목소리와 기타 소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음악에 깊이 몰두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번 앨범은 루시드폴의 지난 2년의 일상이 오롯이 담겨있다. 낡은 필름 카메라와 슈퍼 8mm 무비 카메라로 유기농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사랑을 발견하고, 감동을 받고 이 모든 흔적을 음악과 글로 녹여냈다. 여정은 고되고 독특하지만, 아티스트에게 있어 가장 축복이자 행운의 기간이었던 셈이다.
목수, 농사일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작업 시간 타이밍을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평소 밤에 작업하던 것에 비해서는 곡 작업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전처럼 담배를 피면서 술을 마시고 곡 작업을 하지 못했다.(웃음) 정말 맨 정신으로 음악 작업을 해본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 곡 작업을 하면서도 내 음악의 결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좋게 느껴졌다. 높은 나무 집이어서 기타의 적당한 울림과 노래 소리가 좋았다. 또 원하는 사운드가 있어서 2년 정도 공부하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악기를 구하기도 했다.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무사히 앨범이 나왔다는 게 꿈만 같다.“
![]() |
↑ 루시드폴 인터뷰 사진=안테나 |
루시드폴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할 수 있었음에도 불고하고 자신의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힘든 여정을 택했다. 루시드폴 다운 것을 스스로 찾아 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배우고 헤매고 느끼는 과정을 통해 ‘모든 삶은, 작고 크다’가 탄생했다. 최선을 다해 완성한 8집을 세상에 꺼냈고, 느끼는 것은 대중의 몫이다. 루시드폴은 이 순간에도 음악을 위해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 있다.
“제주도 생활로 인해 얻는 게 너무 많다. 지금 쓰는 노래와 글들이 이 공간에서 농사를 하고 시골에 살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것 들이다. 나무, 새, 벌레, 반딧불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게 지금의 나를 조금씩 바꿔놓는다는 생각이 든다. 혹은 몰랐던 내 모습을 찾아가면서 음악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다. 영화감독 중 다큐 감독과 극 영화를 찍는 분들이 있다. 나
백융희 기자 byh@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