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BC '무한도전'이 12주 만에 돌아왔다. 과연 명불허전, 국민예능다웠다.
'무한도전'은 지난 9월부터 72일간 이어진 MBC 노동조합 총파업으로 장장 12주간 본방송이 전파를 타지 못하다 25일 파업 잠정중단 후 처음으로 정상 방송됐다.
석 달이라는 공백은 시청자는 물론, 제작진과 멤버들에게도 긴 시간이었다. 스페셜 편성이란 명목으로 '재탕' 방송만을 접해야 했던 시청자들은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백에 점점 무뎌져갔다. 그럼에도 불구, 타 채널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존재했지만 12년간 그들만의 어법으로 토요일 저녁 웃음을 책임져 오던 '무한도전'의 부재는 꽤나 아쉬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파업 잠정 중단 선언 후 약 열흘간 촬영 및 정비의 시간을 가진 '무한도전'은 역시나, 그들다운 케미와 웃음으로 시청자 앞에 반갑게 섰다. '무한뉴스' 코너를 통해 멤버들의 근황과 각종 소식을 전할 때도, '국민의원' 편에서 발의된 '무한도전법' 현황을 전하기 위해 국회에 입성해서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누구보다 기원했던 이들로서 자랑스럽게 성화봉송에 나설 때도 말이다.
그 중 백미는 멤버 정준하의 'SNS 논란'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대목이었다. 유재석의 '길거리 인터뷰 잠깐만' 코너를 통해 정준하 직격 인터뷰에 나서 악플러 고소 및 철회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그의 SNS상 발언인 '기대해'의 비하인드를 '득템'하기도.
정준하는 '무한도전' 결방 기간 동안 가장 화제가 됐던 멤버. 그런 정준하를 급습한 유재석은 인터뷰 취지를 설명한 뒤 곧바로 "그래서 뭘 기대하라는 겁니까"라고 돌직구를 던져 정준하를 당황하게 했다.
이에 정준하는 "이제 저의 변화된 모습을" 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재석은 "그러냐. 많이들 궁금하셨다. 도대체 뭘 기대하라는 것인지"라며 집요하게 물으며 정준하의 해명을 독려했다.
정준하는 머뭇거리다 "그렇게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됐었는데, 괜히 감정 섞인 대응으로 설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지금은 많이 후회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유재석은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있다"라고 위로했다.
이후 유재석은 "방송 안하면서 유행어 가지신 분은 정준하씨가 유일하다"고 짚어 폭소를 안기며 정준하의 'SNS 저격'을 패러디했다. 유재석은 "앞으로 정준하씨는 동생들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달라. 감사의 문자 기대해. 감사의 문자, 두고봐"라고 말해 정준하를 당황케 했다.
차에서 내리려던 유재석은 다시 문을 열고 정준하에게 "준하 형, 숨지마"라고 외쳐 폭소를 자아냈다. 유재석이 언급한 '기대해', '두고봐', '숨지마' 모두 정준하가 SNS에서 누리꾼에게 대응했던 그만의 어법이었던 것.
그러면서도 스튜디오에서 유재석은 "저희가 이렇게 웃고 끝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눈녹듯이 (논란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준하씨가 통증만 있는 성장통이 아니라, 같이 본인의 마음이 클 수 있는 성장통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정준하를 한 방 먹이고 예능으로 승화시킨 듯, 하지만 그 가운데서 시청자로선 그리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모호한 포지션에 처한 정준하를 위로한 '무한도전'식의 '풍자'가 돋보인 대목이었다.
그런가하면 유재석, 양세형, 하하는 지난 3월 국민의 의견을 들어봤던 '입법 프로젝트'의 추진 현황을 확인했다. 이들은 국회를 찾아가 입법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국회의원들을 만났고 박주민, 이정미, 김현아, 오신환 의원 등이 당시 내놨던 다양한 입법안들의 발의를 완료했음을 알렸다.
방송 말미에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이달 초 인천대교에서 가수 겸 배우 수지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성황 봉송주자로 나선 모습이 전파를 타며 지난 3
"파업 비켜!"를 외친 맏형 박명수부터 여전한 재간을 보여준 양세형까지. 각자의 캐릭터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 '무한도전'이 향후 아껴뒀던 예능 'DNA'를 어떻게 풀어낼 지 주목된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