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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용은 `고백부부`를 통해 연기가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제공| YG엔터테인먼트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훤칠한 키에 남들에게는 시큰둥하지만 자신에게는 잘해주고, 제복이 잘 어울리는 남자. 스무 살 여자 대학생들이 한 번쯤은 꿈꿨던 선배의 모습은 아닐까. 모델 겸 배우 장기용(25)은 KBS2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주인공 마진주(장나라 분)를 사랑했던 대학 선배 정남길로 등장했다. 장기용은 여대생의 제복 판타지를 그대로 화면에 옮겼다.
"여성 시청자분들이 잘 봐주셔서 감사했죠. 정남길이라는 캐릭터가 멋있지만, 작가님이 원하는 배우를 찾기 어려웠다고 하더라고요. 그 덕분에 신인 배우 장기용이 오디션을 볼 기회가 온 거죠."
장기용은 오디션 당일 현장에 일찍 도착한 뒤 잠깐 바람을 쐬고 돌아오는 길에 '고백부부'를 연출한 하병훈 PD와 우연히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감독님께서 어색하게 있던 저를 보고 정남길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차가워 보이지만 풋풋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엘리베이터에서의 만남은 제작진이 장기용을 정남길로 낙점한 순간이 됐다.
장기용은 주연 배우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역할로는 가장 선배였다. 대학 새내기 마진주 최반도(손호준)와 한국대학교에 다닌 사학과 4학년이었다. 학교 이사장 아들에 나중에는 매출 600억대 스타 한국 강사가 되는 인물이다.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한 캐릭터였다.
"출연 배우 중 가장 어리고 후배여서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자신감도 없고 경직돼 있었고요. (장)나라 누나와 감독님이 '우리 믿고 가자'고 한 뒤로 작품 안에 속했다고 느껴 편했습니다."
남들을 밀어내는 듯한 정남길의 행동 뒤에는 아픈 사연이 있었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길러준 어머니가 따로 있어 어릴 때 제대로 된 모자의 정을 나누지 못한 것이다. 38살 마음을 지닌 채 다시 20살로 돌아온 마진주에게 마음을 여는 건 당연했다.
"(정)남길이는 친엄마가 도망가고, 새엄마가 자꾸 챙겨주니까 '이건 뭐지' 싶은 거였죠. 엄마에 대해 아픔이 있는 남길이가 자신에게 땀 냄새 난다고 하고, 차 뒤에 타서 엉엉 울었던 (마)진주를 보면서 아픔이 점차 없어진 것 아닐까요."
정남길은 다른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마진주 앞에서는 언제나 흐트러졌다. 생애 처음으로 고백한 여자인 마진주에게 번번이 거절당했다. 장기용은 "마진주에게 호프집에서 고백한 장면이 정말 중요했다"고 했다. 정남길이 이성에게 고백한 건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라 누나 눈을 보고 있으면 설레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들어왔어요. 누나가 워낙 동안이라 제가 오빠 같았죠. 고백 장면 촬영 전부터 나라 누나 이름을 검색해서 나온 예쁜 사진을 TV 옆이나 신발장에 붙여뒀어요. 쉬거나 나갈 때도 항상 볼 수 있도록 한 거죠."
장나라 사진을 집안 곳곳에 붙인 장기용은 사랑하는 남자 역할을 위해 선배 배우들의 연기를 참고했다. 말 그대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법한' 정남길과 비슷한 인물을 찾기 위해서는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야 했다.
"공유 선배님이나 김우빈 선배님이 했던 로맨스 연기를 봤어요. 방에서 스탠드 불을 켜놓고 혼자 따라 하기도 하고, 나라 누나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죠. 남길이와 비슷한 점이요? 저도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오해를 받기도 해요. 무뚝뚝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편이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진주에게 마음을 연 정남길은 최반도가 마진주를 구하기 위해 차로 뛰어드는 순간, 이별을 직감했다. 마진주가 차에 치여 피를 흘리는 최반도에게 "여보"라고 하는 것을 들어서였다. 정남길은 가게에서 산 김밥을 준비해 마진주와 자신만의 이별 여행을 떠났고, 그 이후 마진주는 과거를 떠나 현실로 돌아왔다.
"혼자 애써 괜찮은 척 이별을 고한 거죠. 남길이가 정말 불쌍해요. 마진주는 '엄마심'을 일깨워준 사람인데, 좋아한다고 고백해도 인연이 이어지지 않았죠. 멋있지만 아픔이 있는 캐릭터여서 수많은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고백부부' 엔딩은 마진주, 최반도가 현실로 돌아와 행복한 부부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반면 자신의 아이와 걷다가 우연히 마진주와 스치는 장면은 정남길의 엔딩이었다. "가족과 함께 짝사랑했던 사람을 지나치는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만큼 몰입했던 거죠." 정남길 안의 마진주의 기억은 그렇게 정리됐다.
지난 2014년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장기용은 '고백부부'를 통해 호평받았다. 전작들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도 있지만, 배우로서 자리를 잡은 흔적이 엿보
"호평은 과찬입니다. '고백부부' 연기를 하면서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아요. 모니터링을 할 때마다 부족한 모습들이 보였지만, 카메라 앵글 안에서 이전보다 편안해진 걸 예쁘게 봐주신 거죠. 예능이나 방송 프로그램도 좋지만, 앞으로 연기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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