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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태현은 `신과 함께`로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고 말했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익숙한 차태현(41)의 낯선 변신이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특유의 유쾌함과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꾸준히 사랑 받아 온 그가 신작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에서는 웃음기를 뺀 애틋하고도 뭉클한 연기를 선보인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차태현은 예상 보다 덤덤한 모습이었다. 올해 극장가 ‘빅3’ 중 하나인 ‘신과 함께’ 개봉을 앞두고 “사실 어안이 벙벙하다. 이 시기엔 작품을 봐도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고, 잘될지 안 될지 감도 잘 안 온다. 다만 새로운 도전을 워낙 많이 한 작품이기 때문에 애착이 크다”며 소감을 밝혔다.
영화는 인간은 죽음 후 저승에서 각기 다른 지옥을 경험한다는 한국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웹툰과 마찬가지로) 사후 49일 동안 일곱 번의 지옥 재판을 무사히 거쳐야만 환생할 수 있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화재 현장에서 아이를 구하다 죽음을 맞은 소방관 자홍(차태현 분)은 자신을 변호하고 호위하는 삼차사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과 함께 살인·나태·거짓·불신·배신·폭력·천륜 일곱 개의 저승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사는 동안 자신이 지은 크고 작은 죄들을 알아간다. “차태현을 통해 새로운 김자홍을 알게 됐다”는 김용화 감독의 말처럼, 그는 원작과 차별화된 ‘차태현표 자홍’을 당당히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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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태현은 `신과 함께`에서 `차태현표 자홍`을 완성시켰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독님이 머리를 굉장히 잘 써서 각색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작 팬들의 아쉬운 마음은 충분히 알지만, 긴 웹툰 내용을 두 시간 안에 담아내기 위해선 덜어내고 첨가하고 합치는 등의 다양한 영화적 변화가 필요한데 그것을 굉장히 만족스럽게 해내셨더라고요. 한 번에 1,2편을 동시 제작한다는 점이나 엄청난 양의 CG 작업, 많은 배우들이 한 몸으로 작업해야하는 환경 등 우리 영화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작업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영화를 찍으면서 “나라면 ‘어떤 재판 결과가 나왔을까’를 생각해봤다”는 그는 “나태하진 않았고, 천륜이나 살인도 잘 넘어갈 것 같다. 폭력은 ‘언어폭력’ 쪽으로 가면 심각해지는데 역시 가장 큰 문제는 거짓이다. 워낙 거짓말을 많이 해서”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촬영하면서 뜨끔하더라. 착하게 살아야 할 것 같고, 후반부로 갈수록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특히 ‘나태하지 않았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이에 “한번 선택한 일에 대해선 후회 없이 하는 편이라서 20대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가지 않을 거다. 그때보다 잘할 자신이 없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라며 “후회도 미련도 궁금한 것도 없다. 그저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할 뿐, 환생 같은 건 솔직히 하고 싶지 않다”고 쿨하게 말했다.
사실 ‘신과 함께’는 배우 차태현이 아닌 인간 차태현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첫째 아들 수찬이와 처음 관람한 자신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 동안은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다 함께 가족 영화를 관람하곤 했는데 이제는 수찬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 처음으로 내 영화를 (시사회를 통해)단 둘이 관람하게 됐다. 중간 중간에 수찬이의 반응을 나도 모르게 살피면서 봤는데 웃기도, 울기도 해서 기분이 좋더라”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의 존재가 제 연예 활동이나 커리어적인 부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1박2일’을 선택하게 된 것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TV를 통해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고, 다양한 도전을 원하면서도 너무 위험한 도박이나 악랄하고 잔인한 역할을 지양한 것도 아이들을 생각해서였죠. 할 수 있을 때 보다 다양한 역할에,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긴 하지만 가족과 아이들에 끼칠 영향을 배제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끝으로 그는 “영화를 보고 수찬이가 엄마에게 ‘아빠 정말 고생했더라’라고 말했다더라.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그래서 아내가 ‘아빠
이와 함께 “이번 영화는 무엇 보다 ‘효(孝)’를 주제로 삼는 만큼, 함께 관람한 수찬이가 꼭 내게 효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신과 함께’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