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경은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공 I 리틀빅픽쳐스 |
배우 김상경(45)이 영화 ‘1급 기밀’(감독 홍기선)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추악한 비리를 세상에 알리고자 외로운 싸움을 묵묵하게 버텨내는 참 군인으로 분해 관객들을 만난다.
극 중 그가 맡은 중령 박대익은 야전에서 국방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보직 이동한 뒤 부서에서 벌어지는 비리의 실체를 알고 이를 폭로하는 정의로운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식구’라고 하던 동료들은 등을 돌리고, 그의 가족들까지 위협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가는 진정한 군인이다.
김상경은 “기본적으로 난 운명론자인데 작품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시나리오가 누구누구를 거쳐 어떤 배우에게 갔든, 그것이 예상보다 잘 됐든 안 됐든, 결국은 나와 연을 맺게 된 작품이 진짜 내 것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일급비밀’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그는 “사실 극 중 캐릭터는 내가 해왔던 전형적인 것, 내가 가진 것 중 18번일 수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건 역시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방산 비리’를 전면으로 내세워 다뤘다는 점, 실제 많은 곳에 존재하는 ‘내부고발자’들의 고초와 정의감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끌었어요. 어느 집단이든지 내부에서 느껴지는 모순들이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는 확신도 있었고요. 군인을 비하하는 영화가 아니라 군인들을 위한 영화라는 점도 좋았고요.”
어떤 작품이든, 어떤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일상 연기의 일인자’로 불리는 김상경. ‘1급 비밀’에서도 역시나 그렇다. 그는 “캐릭터가 튀거나 센,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역할 보다는 작품 전체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일상적으로 늘 거기에 있었던 사람처럼 소박하게 연기하는 걸 추구한다”며 쏟아지는 연기 칭찬에 수줍게 답했다.
이어 “특별히 가리는 건 아니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내가 감동하느냐 아니냐, 동의하고 납득할 수 있으냐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그 이후에 내가 관객들을 어떻게 납득시킬까를 고민할 뿐 소재나 역할, 내가 얼마나 돋보이냐는 작품 선택에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 그냥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이고 김상경인거지, 배우가 곧 나의 모든 정체성이 되는 건 원치 않아요. 영화배우 같은 사람을 표현하기 보단 그냥 늘 우리 곁에 있는 일반인, 우리의 이야기를 보는 관객들처럼요. ‘뭐 이렇게 평범해?’라고 시시하게 여길 정도로 그런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많은 배우들이 저마다에 걸맞는 역할이 있듯이 자신은 스타성이 높은 배우 보다는 있고 평범하고 일상적이고 소박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1급기밀’로 생겼으면 하는 파장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보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범인이 있는데 우리 영화는 한 명의 범인으로 특정할 수 없다. 그래서 모르는 적과 싸우는 기분이 들곤 했는데 그런 면에서는 파급 효과가 컸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어떤 비리든 세상에 밝혀지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요. 여기 저기 묻힌 게 참 많은데, 그런 게 수면 위로 더 드러나고 관련된 사람이 본다면 스스로 각성했으면 좋겠고요. 또 내부고발자, 공익 제보자에 대한 인식이 ’배신자’가 아니라 옳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을 인정하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커요.”
’1급기밀’은 국방부 전투기 부품 비리를 폭로하기로 마음먹은 한 군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1997년 국방부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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