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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점은 원작이었다. 뛰어난 문학성을 어떻게 영화 속에 녹여내느냐가 가장 큰 숙제. 원작의 기조는 ‘성악설’인데 나는 악에도 이유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 악을 다른 시각으로, 영화만의 색깔로 새롭게 그리고자 했다. -추창민 감독”
결국 감독은 숙제를 풀지 못한 듯하다. 뛰어난 문학성도, 스릴러 적 긴장감도, 영화만의 차별화된 매력도 제대로 녹여내지 못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원작 소설을 다시 보고 싶은 욕구만 더 커졌다.
‘7년의 밤’은 한 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영화화가 기대되는 소설’ 1위로 꼽힌 정유정 작가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만큼 영화화 소식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바, 결과적으로 높은 기대치는 오히려 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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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병든 부성 사이에서 가장 애틋하고도 설득력을 가진 서원의 비중을 줄이고, 두 아빠의 치열한 폭주와 이들의 사연에 초점을 맞췄지만 썩 효율적이진 못하다. 사이코패스였던 오영제에게 나름대로의 어설픈 사연을 부여하면서 스릴러적 공포는 반감되고, 최현수의 과거 트라우마를 지나치게 구구절절하게 늘어나 처절한 몰락에도 별다른 동정심이 느껴지질 않는다.
누구에게나 있는 지옥에 관한 이야기도,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서 모든 걸 걸고 지켜내려고 했던 ‘무엇’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진짜 악인은 누구인지, 악인을 탄생시킨 무언가에 대한 물음도, 정당화할 수 없는 살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 무엇에 대한 깊이감도 떨어진다.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열연에도 저마다의 캐릭터가 별다른 생명력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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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두 남자의 사연이, 7년전 밤의 진실이 벗겨졌을 때에도 놀라운 반전이란 건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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