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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바람바람’ 이병헌 감독이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MK스포츠 |
이병헌 감독은 ‘과속 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의 각색을 통해 대중들에게 특유의 재치 넘치는 ‘말맛 코미디’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 ‘힘내세요, 병헌씨’ ‘스물’ 등을 통해 남다른 스토리텔링과 개성 넘치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바람바람바람’ 역시 이병헌 감독만의 찰진 대사와 상황 개그가 적재적소에 녹아들어 코미디의 맛을 배가시켰다. 특히 특유의 툭툭 내뱉는 건조한 대사는 전작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돼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병헌 감독은 ‘바람바람바람’에서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 장르에 불륜 소재를 접목시켰다. 다소 민감한 조화지만, 이병헌 감독의 센스와 기발한 연출력이 곳곳에 묻어나 색다른 매력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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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바람바람’ 이병헌 감독이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MK스포츠 |
Q. ‘바람바람바람’의 연출 계기는 무엇인가.
A. “원작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봤을 땐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봤다. 우리나라 정서랑 너무 안 맞는 것 같아서 초반부터 내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재밌게 봤는데, 제작사 대표가 계속 리메이크를 제안했고, 그래서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재미는 있지만 내가 풀어내기도 힘들 것 같았다. 다만 엔딩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원작은 상황에 따라가는 코미디라서 그 사람의 감정이 궁금했다. 엔딩에서 인물들이 외로워 보였고, 해피엔딩처럼 그렸지만 비루해보였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원작이 인물들의 상황을 따랐다면 나는 감정으로 접근한다면 해 볼만 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Q. ‘스물’에 이어 주로 철없는 캐릭터를 쓰는 것 같다.
A. “철없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인간이 가진 부정적인 면에 관심이 많았다. 내면에 쉽게 드러내기 힘든 욕구나 욕망들이 나약함에서 오는 거라 생각한다. 불륜이란 게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것 중 최고의 죄악인데, 길거리에 지나는 사람을 봐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기 힘들지 않나. 작은 행동들이 있는 것 같다. 일상에 일탈이 있는 것 같다. 침을 뱉고 욕을 하는 것도 그렇고 아주 하찮은 일탈에서 느끼는 쾌감이 있는 것 같다. 고작 그런 행동에서 느끼는 쾌감, 일탈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내면의 것에 관심이 있었다. ‘스물’이나 ‘바람바람바람’은 세대가 다를 뿐 사람으로 묶으면 비슷한 이야기 일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코미디에 불륜 소재를 접목한 점에 대해 부담이 있지는 않았나.
A. “부정적인 소재를 코미디로 풀어낸다는 것에 대해 부담이 컸다. 다른 장르보다 의도에서 어긋나는 해석의 여지가 큰 장르라고 느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작정하고 웃겨보려는 생각으로 덤비면 못할 게 뭐가 있겠나. 부정적인 소재와 코미디를 접목하는 작업도 작업자 입장에선 도전이고 모험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웃기는 건 두 번째라고 생각했다. 웃기는 것보다 코미디 감성을 억누르고 감정에 더 신경 썼다.”
Q. 소재가 불륜인 만큼, 코미디 장르의 전체적인 톤 조절에 신경 썼을 것 같다. 결과에는 어느 정도 만족하는가.
A. “분명히 관객들이 봤을 때 호불호도 갈리고 해석도 나뉠 거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인데 왜 이런 부정적인 소재를 미화하려 돈 들여 제작하겠나. 다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불륜을 옹호한다거나 미화한다고 느꼈다면 그건 관객들의 몫인 것 같다. 거기까지 침해할 수 없는 것 같고, 이에 따른 비난은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 제 의도를 많이 피력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느껴졌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Q. 기혼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할 것 같은가.
A. “주변 사람들은 많이 공감하더라. 40대 기혼 남성은 이 영화를 ‘힐링 영화’라고 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좋긴 좋지만 슬프다. 그런 공감이 슬프게 느껴졌고, 씁쓸하고 애잔하다. 이 영화는 상쾌하게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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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바람바람’ 이병헌 감독이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MK스포츠 |
Q. 롤러코스터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독특하다.
A. “원작에서 가져온 설정이다. 실제로는 없는 직업이라고 한다. 신선함도 있었고 영화적으로 가져와도 된다는 편한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위태로운 이미지와 거기서 오는 허무함을 만들고 싶었다. 극중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무표정을 짓지 않지 않나. 만들어낸 이미지였다. 그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고스란히 설정을 가져왔다.”
Q. 엔딩 장면은 어떤 의미인가.
A. “그 장면만 얘기를 하자면, 시나리오 단계부터 불편한 장면이었다. 유럽 예술영화처럼 왜 밥만 먹느냐면, 제 입장에서 이 인물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벌이었다. 그런 불편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산뜻하게 끝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그 장면을 삭제하자고 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밥을 먹는 게 가장 일상적인 행위이지 않나. 그 식탁에 네 명을 고스란히 두고 밥만 먹이고 싶었다. 그들은 불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제주도에서 촬영한 이유가 있나.
A. “공간 자체는 여러 가지 의미와 의도가 있었다. 인물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퇴로가 없는 공간에 몰아넣고 그들에게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우리나라 정서와 거리감이 있는 얘기라 이국적인 공간을 생각했을 때 제주도가 떠올랐다. 가장 원했던 건 제주의 겨울이었지만, 의도한대로 담지는 못했다. 제주도의 차가운 이미지를 담고 싶었다. 이 이야기는 차가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면에 있는 차가운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촬영이 밀리면서 못 담았다. 그래서 별로 안 나온다.”
Q. ‘바람바람바람’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지만 100%는 아니지만 만족하고 있다. 내가 또 언제 이런 영화를 해볼까. 어쩌면 인생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게 인생작은 아니었으면 좋겠다(웃음). 지금으로는 이걸 끝냈다는 성취감이 있다.”
Q.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마음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나.
A. “‘재밌어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