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다. 캐릭터도, 전개도, 반전도 어느 것 하나 적당한 게 없다.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허무맹랑하고도 뜬금없는 이야기다.
지난 16일 지현우‧오만석 주연의 스릴러 ‘살인소설’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영화는 그야말로 과잉 투성이다. 스릴러치곤 스릴이 없고 정치 풍자극이라고 보기에도 블랙 코미디라고 보기에도 그 수준이 너무 일차원적이라 뭐라 정의하기가 난해하다. 103분의 러닝타임이 모두 끝나고 나니 그저 피로감이 몰려온다.
지방선거에 나설 집권여당 시장 후보로 지명되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경석’(오만석). 그는 유력 정치인인 장인의 비자금을 비밀 금고로 옮기기 위해 별장으로 향하고, 그 곳을 애인인 ‘지영’(이은우)과 함께 한다. 첫 미션인 만큼 모든 게 조심스러운 그 앞에 자신을 별장 관리인이라고 소개하는 수상한 청년 ‘순태’(지현우)가 만나면서 벌어진 일을 담는다.
장르는 서스펜스 스릴러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조여 오는 긴장감이나 숨겨진 진실에 대한 궁금함은 없다. 흔하디흔한 비리 정치인의 이야기는 식상하고, 핵심 반전 무기인 순태는 수상하다기 보단 이상하다.
캐릭터에 대한 전사가 지나치게 불친절하고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어디까지 상상이며 무엇이 비밀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모든 경계가 모호하고 불투명하다.
그렇다보니 이야기 전개의 핵심인 순태의 거짓말은 뜬금없는 망상의 연속이다. 인물 간 대치는 격화되지만 특별히 응원할 인물도 공감할 부분도 흥미로운 지점도 찾기 힘들다. 급기야 힘들게 따라가 숨겨진 진실이 공개됐을 때에도 카타르시스나 반전은 없다. 오히려 숨겨진 진실이 있긴 한 건지 더 혼란스러워진다.
수상한 청년 지현우의 연기와 어딘가 어설픈 비리 정치인 오만석의 케미 역시 매력적이지 못하다.
섬뜩함을 노린 지현우의 반전 미소는 여느 영화에서 본 ‘사이코패스’ 캐릭터의 아류를 보는 듯하고, 그의 거짓말에 갈피를 잡지 못하다 반전의 한 방을 노리는 오만석의 연기 역시 늘 봐왔던 모습 그대로다. 두 사람의 갈등이 최고조에 오를수록 영화는 보다 더 피로해진다. ‘미친 존재감’으로 격한 한방을 날리는 조은지의 등장 역시 영화의 허술함을 극
유난히 많은 스릴러물이 등장하는 요즘 후발주자로서의 새로움이나 높은 완성도는 기대하기 힘들다. 킬링 타임용으로 치부하기에도 즐길 거리가 부족하니, 러닝타임 103분이 그저 길고 길게만 느껴질 따름이다. 4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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