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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로 가득 찬 스크린에 오랜 만에 ‘워맨스’의 바람이 불어온다. 할리우드 여성판 케이퍼 무비 ‘오션스8’에 이어 위안부 관부재판을 다룬 국내 영화 ‘허스토리’까지, 극과극의 여성 영화가 관객들과 만나는 것.
지난 13일 ‘오션스8’은 현재 극장가를 독점하고 있는 ‘쥬라기 월드2’와 강력한 뒷심을 발휘 중인 ‘독전’ 그리고 같은 날 개봉한 ‘탐정: 리턴즈’에 밀려 4위로 첫 출발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다소 부진한 출발이긴 하나 관객의 평이 좋아 추후 상승세를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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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퍼 무비의 정석을 보여줬던 ‘오션스’ 시리즈의 매력을 고스란히 이어 받는 한편, 다채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데비 오션부터 나인 볼까지 매력적인 여성 범죄 전문가들의 활약은 그 자체로 재미를 선사한다. 그 중에서도 앤 헤서웨이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압권이다.
보석과 의상 등 화려한 소품들부터 셀러브리티 킴 카사디안, 켄달 제너, 카일리 제너,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 배우 케이티 홈즈, ‘보그’ 편집장이자 패션계 거물 안나 윈투어,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 다코타 패닝 등 화려한 카메오 라인업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전개로 특유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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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서 재판을 이끈 이들의 관부 재판 실화를 다룬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는 “위안부 영화로만 규정짓지 말고, 여성‧법정물로도 봐 달라”는 감독의 말대로 작품은 위안부 문제를 담담하고도 입체적으로, 그리고 묵직하게 그려낸다.
다양한 장르와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풀어낸 기존의 영화들과는 또 다른 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당시 일본을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룬 재판이지만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역사 속에서 잊혀진 ‘관부재판’ 실화를 처음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의미가 깊다.
영화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무려 6년간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과제,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할지에 대한 길라잡이가 돼 주는 작품이다.
“이런다고 세상이 변하겠냐고요? 변하지 않겠죠.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겠죠. 그래도 적어도 우린 변하겠지요.”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할머니들은 재판이 진행되면서 고개를 들고 당당히 자신들을 ‘국가대표’라고 말한다. 이야기만 꺼내도 괴로웠던 과거의 고통과 용감하게 대면하고, 깨닫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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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두 극과극 여성 영화. 어떤 의미로든 두 작품의 개봉은 반갑고도 의미가 깊다. 흥행 성적까지 받쳐준다면 더 완벽하겠지만 말이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