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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이 받쳐주니 ‘공감’은 절로 따라온다. 그렇다면 게임 끝이다. 몰입과 동시에 ‘살인마’와 ‘관객’의 추격전은 시작된다. 그리고 작품이 끝난 뒤 더 큰 공포가 몰려오니 이보다 완벽한 스릴러가 또 어디 있으랴.
나는 살인을 봤고, 살인자는 나를 봤다. 그날 이후 나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그 놈’이 나의 가족을 위협하는 와중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 누구라도 쉽게 어떤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에 몰입할 수밖에 없고, 몰입한 나머지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영화 ‘목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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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신고를 하려던 순간, 자다 깨 나온 아내가 불을 켜 살인자(곽시양)과 눈이 마주치고 만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상훈의 아파트 층수를 세는 범인, 그리고 역시나 본능적으로 자신의 가족이 위험에 처했음을 직감하는 상훈이다. 그렇게 상훈은 연쇄 살인마의 다음 타겟이 된다.
아파트 한복판에서 겁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자와 사건의 목격자가 서로 눈이 마주친다는 충격적이지만 요즘의 대한민국이라면 충분히 일어날 법한 설정. 그 자체로도 소름이 끼치는데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각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 그리고 예측불허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극강의 스릴감을 선사한다.
감독은 영화 초반부터 그대로 범인의 정체를 노출시킨 채 작품을 끌어 나간다. 진범 찾기에 힘을 뺄 필요도, 궁금치 않은 악마의 탄생기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자신과 눈이 마주친 목격자를 쫓는’ 전개에 우직하게 올인 한다.
그럼에도 긴장감이 단 1초도 사라지지 않는 건 역시나 강력한 ‘개연성’ 덕분이다. 장면을 위한 혹은 캐릭터를 위한 억지 설정이나 비판을 위한 과장된 장치도 없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현실 그 자체의 상황과 인물들이 촘촘하게 연결돼 공감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공포를 가져다 준다.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품게 되는 동시에 영화 속 주인공은 곧 내가 돼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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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화두로 대두된 사회적 현상들의 단면을 서늘하게 직시하며 현실적 공포를 극대화 시킨다. 공감, 그것의 강력한 힘을 똑똑하게 요리해 친숙한 듯 전혀 색다른 스릴러로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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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