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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종영한 JTBC 금토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현수아 역을 연기한 조우리. 제공| 키이스트 |
“저에겐 기적 같은 기회였고, 부족하지만 정말 열심히 했던 작품이에요. 악역이라 그런지 악플도 많았는데, 원작에 못 미치는 외모란 댓글 보고…대본을 더더욱 열심히 봤지요.(웃음)”
배우 조우리(26)에게 최근 종영한 JTBC 금토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하 ‘강남미인’)은 특별했다. 배우로서 한뼘 성장할 수 있게 해준 드라마였고, 주연급으로 올라서게 해준 터닝포인트가 됐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모든 걸 쏟아부은 작품.
최근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조우리는 “데뷔 후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며 “배우로서 지금 너무 행복하고 신기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가 연기한 현수아는 엔딩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곁을 지켜준 라이벌 강미래(임수향 분)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에 공기처럼 퍼져있는 외모 지상주의를 직시하고 꼬집는 현실적 메시지를 던지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에게도 ‘강남미인’은 절망 끝에서 발견한 한줄기 희망이었다. 임수향 차은우와 함께 마지막까지 시청자와 함께 했던 그는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현수아’ 역으로 시청자들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데뷔 7년 만에 조연급에서 주연급으로 당당히 올라섰고, 배우 조우리만의 색깔과 매력도 어필했다.
당초 조우리는 화학과 학생으로 오디션을 봤다. 그런데 돌아온 건 뜻밖에 ‘현수아’ 역이었다.
“오디션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전화가 왔어요. 다시 와보라고요. 다시 가서 ‘현수아’ 대사를 해보게 됐고, 생각지도 못한 배역이 주어진 거죠. ‘모태미인’이란 역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원작 팬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첫 방송 후 악플에 시달렸다. “평소 모습도 ‘현수아’ 같을 것”이란 댓글을 보고 상처를 받기도 했단다. 이후 일부러 댓글을 보지 않고 배역에 몰입했다. 시청자들과 공감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반응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싱크로율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연기 못한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하겠다”는 각오였다.
“제 욕심보다 작품에 폐가 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우선이었어요. 일단 드라마가 참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였죠. 그런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되니까 뭔가 대견하기도 하고 저에게 ‘수고했다’고 토닥토닥 해 주고 싶어요. 부모님 통해 사인해달라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친구들도 제 마음처럼 다들 기뻐하고 좋아해줘서 요즘 너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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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리는 ‘강남미인’을 통해 슬럼프를 털고 주연배우로 거듭났다. 제공 | 키이스트 |
‘현수아’는 화학과 18학번 여신으로 불리는 ‘모태미녀’였다. 사랑스러운 외모로 늘 주위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인물,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 연기하기란 어땠을까.
“물론 쉽지 않았죠. ‘현수아’가 행복하지 않으니 연기하기 힘들고 어려웠어요. 수아는 양면적인 모습을 많이 가진 친구예요. 친구들과 있을 때, 혼자 있을 때 각각 다 다르기 때문에 표정의 변화도 많이 주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대본을 보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원작 웹툰을 보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고요. ‘현수아’ 역시 외모 지상주의의 또 다른 피해자였음이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스스로도 공감하기 어려웠던 역할, 하지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과거 트라우마로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 된 현수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무렵, 시청자들의 분노도 공감으로 차츰 바뀌어갔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면은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극단적이진 않은데 관심을 받기 위해 안 좋은 선택을 한다거나 그걸 정당화하는 것에 연민이 느껴졌어요. 수아는 사랑받는 법을 몰라 안 좋게 풀어나가는 것 같았죠. 성장과정에서 결핍된 면도 많았고요. 수아를 연기하면서 ‘이 친구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겠구나’ 이해를 할 수 있게 됐어요. 15, 16화에선 많이 예민해지고 같이 힘들고 고통을 같이 느꼈습니다. 다음 날 눈이 퉁퉁 부어 있을 정도로 많이 울기도 했고요.”
데뷔 7년차. 고운 얼굴만 보면 꽃길만 걸어왔을 것 같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배우를 그만둘까” 생각했던 적도 여러 번. 배우생활에 미련을 접고 외국으로 잠시 떠난 적도 있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소속사 문제나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기도 했어요.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많았죠. 내 길이 아닌가보다 마음을 정리하고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다 결심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슬럼프가 오면 ‘초심’을 떠올리라고 하잖아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100세 시대니까 인생 길게 보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새로운 소속사를 만나고 또 다른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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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얄미운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은 조우리는 “이제는 사랑받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제공 | 키이스트 |
“뉴질랜드 오클랜드는 날씨도 풍경도 예쁘고 아기자기한 마을 같아요. 거기 가 있는 동안 평온했어요. 지쳐있을 때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깨끗하고 양들이 초원에 누워있고.. 힐링하기 좋은 곳이죠.”
뉴욕에서도 큰 에너지를 받았다. “너무 밤에만 다니지 않으면 역동적이고 도시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센트럴파크는 너무 예쁘고. 공연도 맘껏 볼 수 있고. 아침 일찍부터 줄 서서 뮤지컬도 실컷 보곤 했죠.”
2011년 케이블 드라마 ‘레알스쿨’로 데뷔한 조우리는 KBS2 ‘태양의 후예’에서 송혜교의 후배이자 마취과 레지던트 1년차 장희은 역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 지난해 KBS2 ‘마녀의 법정’과 MBC ‘투깝스’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올 4월 종영한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는 편의점 사장 딸로 깜짝 등장했고, KBS2 ‘추리의 여왕 시즌2’에선 3년째 경찰 공무원을 준비 중인 공시생 ‘윤미주’ 역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여러 편의 작품에서 나름대로의 매력을 발산해왔으나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그동안 쌓은 경험은 하나도 버릴 게 없더라고요. 제가 많이 성장하고 큰 것 같아요. 이제 수아가 굴레를 깨고 행복을 찾아가게 됐는데 그 이후의 삶을 보여줄 수 없어 아쉬워요. 시즌2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행복해진 수아의 삶을 보여주고 싶거든요.(웃음)”
현수아 뿐 아니라 배우 조우리도 행복해졌다. ‘강남미인’을 통해 슬럼프
“빨리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어요. 일에 대한 욕심이 마구마구 생겨났거든요. 미움 받는 역할을 했으니 이젠 사랑받는 캐릭터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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