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상엽 “우울함의 끝에서 만난 ‘런닝맨’, 내 인생 ‘신의 한 수’”

↑ 영화 `동네사람들`로 스크린에 컴백한 이상엽. 배역에 동화돼 힘든 시간을 겪었다고 말했다. 제공|씨앤코이앤에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우울함의 끝에서 운명처럼 만난 게 ‘런닝맨’이었어요. 한없이 어두워지면서 ‘더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을 때 인간 이상엽을 끄집어 내 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죠.”
영화 ‘동네사람들’(감독 임진순)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배우 이상엽(35)은 이같이 말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촬영을 끝낸 뒤 곧바로 ‘동네사람들’에 합류, 어둡고 상처받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적잖게 힘들었단다.
“학대는 결국 학대를 부른다는 것. 그 메시지를 담은 인물이기 때문에 준비과정에서부터 연기하기까지 내내 어려웠어요. 인간 이상엽과 극중 캐릭터 간 괴리감이 컸던 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하는 영화라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과 부담감도 극심했어요. 지금은 이렇게 웃고 있지만, 사실 촬영 당시에는 도망치고 싶을 만큼 괴로웠고요.”
어린 시절의 학대로 인해 어둡고 비밀스러운 존재로 자란 미술교사 ‘지성’을 맡은 그는 연기하는 내내 스스로에 대해 극도의 불편함을 느꼈단다. 공감하기 어려운 지점들에 힘겹게 이입해 연기하다 보니 어느새 어두워지고 무기력해져 갔다고. 촬영을 마친 뒤에도 그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사람들과 만나는 것조차 꺼려졌다고 했다.
이럴 때 이상엽에게 뜻밖의 활로를 열어준 것이 바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이었다.
이상엽은 “‘런닝맨’은 내게 ‘신의 한 수’였다”며 “인간 이상엽을 되찾아 준 것 뿐만 아니라 작품으로만 연달아 인사드렸다면 비슷한 이미지로 여기실 수도 있는데, 예능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어떤 의미로든 ‘런닝맨’ 덕에 많이 정화가 됐다”고 거듭 애정을 드러냈다.
‘런닝맨’ 멤버들 사이에서는 꼭 피해야 하는 불운의 아이콘으로 등극해 ‘꽝손’, ‘똥멍청이’ 등 허당기 가득한 별명을 얻기도 한 그는 “어떤 가식이나 의도 없이 진짜 100퍼센트 이상엽’으로 방송에 나온 게 처음이었고, 사람들도 좋았다. 그 거리낌 없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계속 빠져들더라. 그래서 그런지 감사하고 좋은 기억밖에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얼마 전 ‘동네사람들’ 시사회 때 무대인사를 하기 위해 섰는데 (초대에 와 준) 아는 얼굴들을 보니 갑자기 뭉클해지더라고요. 그간의 힘들었던 감정부터 ‘런닝맨’ 멤버들을 비롯해 이후의 절망 속에서 나를 구해준 사람들의 얼굴이, 기억이 떠올랐어요. 정말 오랜만에 선보이는 영화인데 뭔가 다 고맙고 감사했어요. 이제야 좀 제대로 편하게 웃을 수 있게 됐어요.”(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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