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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다. 배우 이종석이 ‘사의찬미’에서 아련한 분위기와 묵직한 내레이션으로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를 예고했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SBS TV시네마 ‘사의찬미’(극본 조수진, 연출 박수진)에서는 일본 유학 생활 중 만난 김우진(이종석 분)과 윤심덕(신혜선 분)이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김우진과 윤심덕은 연극단 ‘동우회’의 책임자와 단원으로 만났다. 신경전을 벌이는 등 유쾌하지 않은 첫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은 동우회를 함께 하며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먼저 호감을 보인 것은 윤심덕이었다. 그녀는 김우진이 아프다는 말에 직접 죽을 쒀서 가져가거나, 일본군이 공연 연습을 방해하자 김우진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김우진 역시 그런 윤심덕을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고마워요. 내 진심을 알아줘서”라고 말해 운명적 사랑의 시작을 알렸다.
동우회는 연습 끝에 조선에서 공연을 하게 됐고, 마지막인 경성 공연까지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일본군이 “10년 전에 자유가 있었지. 하지만 지금 이 땅엔 자유가 없네”라는 대사를 문제 삼아 들이닥쳤고, 책임자인 김우진은 일본군에 끌려가게 됐다.
김우진은 일본군에게 모진 고문을 당했고, 윤심덕은 그런 김우진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며칠간의 고문 뒤에 김우진은 풀려났지만, 피투성이가 된 김우진을 마주한 윤심덕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김우진과 윤심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날 이종석은 아련한 분위기와 묵직한 내레이션으로 안방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선사했다. “난 나름의 방식으로 내 나라를 포기하지 않고 싶다. 조선 사람들의 얼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신극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라고 소신을 밝히며 눈을 빛내는 이종석의 모습은 시대의 고뇌를 담고 있는 김우진 그 자체였다.
여기에 이종석의 묵직한 내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 특유의 담담한 말투와 깊이 있는 목소리는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를 오롯이 느끼게 하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이종석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시대극과 ‘찰떡’”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사의찬미’가 6부작이라는 것.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내용을 담아내야 했기에 스토리의 전개가 다소 빨랐고, 이에 캐릭터들의 상황이나 감정을 더 깊이 있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편 ‘사의찬미’는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과 그의 애인이자 천재극작가인 김우진의 비극적인 사랑과 함께 알려지지 않은 김우진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한 작품이다. 오는 12월 3일 3회, 4회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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