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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으실 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여러분의 팬입니다. 우리가 하는 음악이 여러분에게 보내는 팬레터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린 서로의 팬이고, 서로의 아이돌일 것입니다."
세상에. 이런 수상소감은 듣도 보도 못했다.
2년 연속 '서울가요대상' 왕좌에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의 대상 수상 소감이 화제다. 매 시상식마다 진솔한 소감으로 수상의 빛을 더해왔지만 이날 RM의 수상 소감은 어느 때보다 솔직하고도 묵직해 전 세계 '아미'들을 다시 한 번 녹였다.
방탄소년단은 15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제28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2019 서울가요대상)에서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본상, 최고 앨범상에 이어 3관왕이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상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열리고 있는 모든 가요 시상식의 대상을 섭렵하고 있는 '대상 콜렉터' 행보에는 어떤 이견도 없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BTS 열풍'을 불게 한 만큼 이들의 대상은 이변 아닌, 예견된 결과였다. 어쩌면 당연히, 당사자들도 예상했을 수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의 수상 소감을 통해 지금 이 시점, 왜 방탄소년단이 명실상부 '원톱'인가에 대한 답을 내렸다. 진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수상 소감은, 아미를 탄복하게 했고 비(非) 아미인 대중의 고개까지 끄덕이게 했다.
"전 세계 모든 아미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운을 뗀 방탄소년단 RM은 "믿으실 지 모르겠지만 우리 방탄소년단도 여러분의 팬이다. 여러분이 어떤 방식으로 들려주시는 이야기, 목소리들이 우리의 음악에 영감을 주고 우리 무대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주신다. 이 무대와 음악이, 우리에게 여러분들이 지대한 영감을 주셔서 탄생한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는 여러분의 팬이다"라고 말했다.
RM은 이어 "연말 연초 싱숭생숭하지 않나. 나 역시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하던 거나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데뷔 초반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왜 방탄소년단이 됐는지 돌아봤는데 그저 음악, 무대가 다더라.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음악이 여러분에 보내는 팬레터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서로의 팬이고, 서로의 아이돌일 것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여느 때와 같이 아미와의 동행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정국은 "대상을 받고 앨범상도 받고, 살아가면서 사소한 생각을 하고 실천하는데 그 모든 게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이렇게 소중한 삶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우리가 방탄소년단으로 데뷔한 이후부터는 늘 함께 공존하고 있다. 우리 마음 속엔 아미가 있고 여러분 마음 속에는 우리가 있다. 그 자체로 행복할 것이다. 정말 사랑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민은 "너무 감사드린다. 여러분들이 우리 노래를 들어주시고 우리 무대를 봐주시고, 우리의 이유가 되어 주시기 때문에, 여러분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더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 상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뷔는 또 "지난 5년 동안 사진을 찍어 왔는데 모든 흔적, 추억이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것이다. 여러분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곧 나올 것이다. 감사드린다"며 받은 사랑을 돌려줄 '잇 템'을 준비 중임을 귀띄하기도 했다.
최고 앨범상과 본상 수상 직후엔 새 앨범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2019년에도 최고의 앨범을 위해 곡 작업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멋진 앨범과 멋진 무대를 약속드리겠다" "황금돼지해가 끝날 때까지 내내 기쁨을 드리겠다"고 말해 아미를 흥분시켰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12월 열린 '2018 MAMA'에서 대상 중 하나인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한 뒤 눈물의 소감으로 두고두고 회자된 바 있다. 당시 제이홉은 "무대에 올라오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다. 여러분들에게 항상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실수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기 때문에 항상 매번 무대를 올라가기 전에 심장 졸이며 무대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상을 받아도, 받지 못해도 울었을 것 같다. 너무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여러분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꼭 보답을 해드리고 싶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또 진은 "올해(2018년) 초가 생각난다. 저희가 심적으로 힘들었었다. 그래서 저희끼리 얘기하면서 해체를 할까 말까 고민도 했고, 그런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돼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마음 다잡아준 우리 멤버들에게 고맙고 저희 항상 사랑해주시는 아미에게 감사하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해 멤버들까지 울렸다.
부담감에 짓눌려 해체를 고민하기도 했다는 방탄소년단의 눈물 소감이 지난 연말을 장식했다면, 이번 '서울가요대상'에서의 소감은 팬들이 왜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지를 알게 한 대목이었다. 남다른 팬 사랑을 남다른 방식으로 전한 방탄소년단. 이쯤 되면 눈물을 걷어낸 이들이 그 자신의 '아이돌'인 아미에게 전하는 '팬레터'가 어떻게 써질 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겠다.
다음은 '제28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수상자 리스트.
▲대상=방탄소년단 ▲최고음원상=아이콘 ▲최고앨범상=방탄소년단 ▲본상=몬스타엑스, 모모랜드, NCT 127, 아이콘, 워너원, 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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