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물은 비주류, B급’이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깨부쉈다. 탁월한 이야기꾼을 만나니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강력한 스토리텔링과 파격적인 비주얼이 만나 한국형 좀비물의 진화를 시원하게 보여준다. 어제(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공개된 ‘킹덤’(작가 김은희‧감독 김성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조선을 집어 삼킨 좀비들과의 사투. 설정만 보면 앞서 개봉해 흥행 참패의 고배를 마신 ‘창궐’을 떠올리게 하시만 알고 보면 훨씬 정교하고도 함축적이며 개연성이 훌륭하다. 모든 이야기는 바로 ‘배고픔’에서 시작된다. 식욕을 포함한 모든 욕구가 충족되면서도 권력에 대한 끝없는 욕망으로 허기를 느끼고 이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권세가들, 반대로 가장 기본 욕구 중 하나인 식욕조차 채울 수 없어 나날이 굶주려 가는 백성들, 그 불평등 사이에서 탄생한 괴물들과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연이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조선. 죽었던 왕은 되살아나고, 역모죄로 몰린 왕세자 이창(주지훈)은 아버지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조선의 끝’ 동래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역병으로 인해 괴물로 변해버린 백성들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1부에서는 이 같은 좀비의 탄생기, 주요 인물 소개 및 주제의식이, 2부부터 본격적인 장르적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김성훈 감독의 속도감 있는 연출력이 더해져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괴물의 출몰에 긴장감은 극도로 올라간다. 생생한 비주얼과 스릴, 배우들의 명연기가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다. 그 퀄리티는 왠만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능가한다. 넷플리스의 플랫폼 특성상 휴대폰이나 PC 등으로 대부분 보게 된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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