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우 김윤석의 내공이, 감독 김윤석의 순수함이, 인간 김윤성의 고뇌가 버무러졌다. 그의 첫 연출작 영화 ‘미성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친숙한 소재의 반가운 변주가 흥미롭다. 날카롭고도 따뜻한 감독의 시선,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메시지는 담백하지만 깊게 가슴을 파고들고, 툭툭 터져 나오는 소박한 웃음은 찰진 양념이다. 단언 컨데 김윤석 감독의 성공적 데뷔다.
영화는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두 학생이 부모의 불륜으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동급생인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은 최근 각자의 아빠(김윤석), 그리고 엄마(김소진)의 불륜을 알고 옥상에서 만난다. 주리는 엄마(염정아)가 이 사실을 알고 상처받는 게 두려워 어떻게든 상황을 몰래 수습해보려 하지만 윤아는 어른들 일에는 관심이 없다며 엮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주변에서 불편하게 맴도는 주리가 이내 거슬려 떨어진 그의 핸드폰을 뺏어 그 동안 감춰왔던 비밀을 모두 폭로해버린다. 그렇게 두 가족은 염려했던 불행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파장은 예상 보다 훨씬 컸다.
![]() |
다섯 명의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5개의 고민과 마주하게 되는데,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처해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을 수도, 웃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들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른스러움’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어른의 모습과 ‘아이스러움’을 뛰어 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성년’과 ‘미성년’, 나아가 ‘성숙함’에 대한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조강지처와 불륜녀의 만남, 두 학생의 만남은 통상 명확한 적대 관계로 그려지지만, 막장 드라마의 전형적 소재와 사건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로 풀어낸 셈이다. 이들은 서로를 증오하고 원망하고 복수를 하는 대신 얼굴을 마주한 채 대화를, 연민을, 유대감을 형성한다. 각자의 엄마를 지키기 위한 딸들의 어른스러운 행동은 시종일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지만 ‘과연 저렇게 까지 가능할까’ 싶은 과도한 상황도 없지 않아 모든 장면을 공감하기란 어렵다.
특히 작위적이고 과장된 엔딩은 ‘유종의 미’를 방해하는 옥에 티. 친절한 설명 없이도 충분히 가슴 깊이 박힐 수 있었던 메시지가 급격하게 빛을 잃고 묵직하게 이어왔던 공감대를 순식간에 떨어뜨린다.
![]() |
촘촘하고도 담백한 서사와 저마다 살아 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