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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다시, 봄’ 포스터 사진=㈜스마일이엔티 |
영화 ‘다시, 봄’은 딸을 잃은 여자 은조(이청아 분)가 중대한 결심을 한 그날, 어제로 하루씩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을 살게 되면서 인생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되며 겪는 일을 그린다. 지난 2012년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를 연출한 정용주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은조는 목숨보다 아끼는 딸 예은(박소이 분)을 사고로 잃고 죽은 듯 살아간다. 더 이상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없는 은조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그때부터 시간이 거꾸로 흘러간다. 매일 눈을 뜰 때마다 과거 자신이 겪었던 어제를 현재로 맞닥뜨리고, 그렇게 하루하루 거슬러 가던 중 예은을 만난다. 딸을 다시 만난 그 시점부터 현재로 돌아오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시간은 자꾸만 어제로 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은조는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던 진실을 알게 되고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절실히 깨닫는다.
은조에게 이 기이한 시간 여행은 희망이자 슬픔, 절실함, 후회 따위로 다가온다. 원망과 분노의 대상이었던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소홀했던 누군가에겐 진심으로 다가간다. 자꾸만 어제로 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 놓인 은조는 오히려 성장한다.
악연이라고만 여겼던 호민(홍종현 분)을 만난 게 단적인 예다. 은조에게 호민은 딸 예은을 죽인 치매 노인(박지일 분)의 자식일 뿐이기에 분노의 표적이 된다. 하지만 시간 여행을 할수록 은조는 이 노인이 예은의 죽음과 무관하다는 진실을 마주한다. 그리고 비관에 빠질 호민을 돕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달린다. 자신의 오해에서 비롯된 비극을 마주친 한 인간의 성숙함이다. 은조의 어제는 괜찮은 오늘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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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다시, 봄’ 스틸컷 사진=㈜스마일이엔티 |
‘타임슬립’은 그 단어조차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사용되어온 영화적 소재다. ‘다시, 봄’은 클리셰 같은 타임슬립에 색다름을 얹었다. 주인공이 마냥 어제로 돌아가기만 한다는 설정이 역설적이게도 이 영화의 방점이다. 과거를 추적한다는 점에서 추리극의 성격을 띠면서도 극 자체에 함정을 만들지 않은 ‘착한 영화’다. 소재 특성상 관객을 함정에 빠뜨리기 쉬웠을 텐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단 한순간도 지향점을 놓치지 않고 올곧게 걷는다.
물론 장치가 너무 적은 탓에 서사가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은조의 어제가 반복될수록 흥미는 감소하고 비슷한 풍경이 나열되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구분되는 챕터도 불필요하게 느껴지며, 중간중간 느슨한 서사도 결점이라면 결점이다
이런 서사적 결점을 채우는 건 배우 이청아다. 이청아는 원톱 주연인 이 영화에서 제 몫 이상을 해낸다. 무표정으로 처참한 심경을 대변하고, 옅은 미소에서 작은 희망을 엿보게 한다. 스토리에 구멍이 숭숭 뚫린 듯 느껴지는 순간조차 이청아는 은조 그 자체로 존재한다. 17일 개봉.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