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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포스터 사진=오키넷, (주)라이크콘텐츠 |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감독 김재희)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기억과 입을 통해 듣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지난 3년간의 기획을 통해 80명의 인터뷰이가 모여 부림사건, 국민참여경선, 대통령 당선의 순간은 물론 서거 이후 현재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80여 명의 인터뷰이는 모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다. 카메라 앞에 앉은 이들은 각자의 머리와 마음에 존재하는 노무현의 기억들을 하나둘 꺼내놓는다. 노무현을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거짓말 같은 마지막을 맞닥뜨리던 순간까지, 다양한 감정의 서사가 오간다.
노무현의 생애는 극적인 순간이 넘쳐났다. 그 모든 순간을 함께 한 건 다름 아닌 노사모 회원들이었다. 그의 무모한 도전과 실패, 달걀로 바위 치기, 진심이 담긴 호소 그리고 마침내 이뤄낸 성취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이다. 노사모는 대통령 후보에게 ‘노짱’이라는 애칭을 붙이고 동반자로서 뚝심 있는 지지를 보냈다. 전무후무한 현상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수없이 외친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 하나로 뭉친 이들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이 값진 것들을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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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스틸컷 사진=오키넷, (주)라이크콘텐츠 |
영화는 온통 슬픔으로 가득찰 것 같지만 오히려 인터뷰이들의 증언은 활기가 넘친다. 그들의 얼굴은 마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행복해 보인다. 자신들의 가장 뜨거웠던 시절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설렘과 아련함이다. 노사모 회원들의 중심에는 노무현이 있었다. 김재희 감독은 이런 노사모와 노무현의 관계를 사계절 흐름으로 담아냈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던 노무현은 당선이 확실한 서울 종로 지역구를 떠나 부산으로 향했다. 하지만 지역감정을 조장하던 한나라당 후보로 인해 고배를 마셨다. 바로 이때 등장한 게 노사모다. PC통신이 붐이었던 시절, 노무현에 대해 궁금해 하고 낙선을 안타까워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일종의 팬모임을 결성했다. 이 과정이 겨울과 봄에 해당한다.
대통령에 당선된 건 여름이다. 자연의 순리를 따른다면 여름 이후는 가을이지만, ‘노무현과 바보들’의 흐름에 가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때 노사모와 노무현 사이 괴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노사모 회원들은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을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 시기는 수확 직전 가장 큰 노력이 필요한 여름이었던 거다. 농부가 땀 흘리지 않으니 땅은 다시 황폐해지고 위기를 맞았다. 그렇게 노
결국 ‘노무현과 바보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정치에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단발적인 관심이나 흥미에 그치지 말고, 그 내부를 계속해서 응시하자는 외침이다. 농부가 품을 들이지 않은 땅에는 수확의 순간조차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18일 개봉.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