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레드슈즈`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보여줄 홍성호(왼쪽), 김상진 감독. 제공|싸이더스 |
“결국엔 진짜 우리의 것을 만들고 싶어요. 아직은 ‘아류’라는 소릴 듣기도 하지만 언젠가 분명 생길 거라고 믿어요.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만의 것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하는 ‘레드슈즈(Red Shoes)’가 평단의 호평 속에서 베일을 벗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무서운 잠재력을 폭발시킨 두 주역 홍성호(53), 김상진(60) 감독을 향한 관심과 응원 역시 뜨겁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작으로 꼽히는 ’원더풀 데이즈’에서 시각 효과를 담당했던 홍성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디즈니 수석 애니메이터 출신 김상진 감독이 캐릭터를 맡아 시너지를 냈다.
‘레드슈즈’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동화의 섬에서 사라진 아빠를 찾던 공주 스노우 화이트(클로이 모레츠)가 우연히 마법 구두를 신고 절세 미인 ‘레드슈즈’로 바뀐 뒤 저주에 걸린 ‘꽃세븐’ 왕자들을 만나 진실을 파헤치는 모험을 담았다. 세계적인 동화 ‘백설공주’를 비틀어 완성시킨, 친근한 듯 신선하고 기발한 이야기다.
홍성호 감독은 “오리지널 스토리로는 투자 유지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전 세계가 아는, 유행도 안 타는 이야기로 시작해야 했다”면서 ‘편견’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 베이스를 쉬운 이야기로 삼았다.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는 대사를 풀어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을 보여줄 `레드슈즈`. 제공|싸이더스 |
매력적인 스토리만큼이나 실사 못지않게 생생하게 구현된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한국 애니메이션 기술력의 눈부신 발전을 자랑이라도 하듯 캐릭터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감탄을 자아낸다.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터로 20년간 몸담으며 ‘겨울왕국’ ‘모아나’ 등 세계적인 인기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김상진 감독의 공이다.
2016년초 본격적으로 ‘레드슈즈’ 작업에 합류한 김상진 감독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틈틈이 참여했고 작품의 매력을 극대화시킬만한 캐릭터를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시각적 요소들이 중요한데 아주 디테일하면서도 살아 숨쉬는, 저마다의 개성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자 주어진 현실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작업 소감을 밝혔다.
“주인공인 ’멀린’의 이름은 서구적이지만 (홍감독이 설정하길) 동양에서 동화의 나라로 이민 간 캐릭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인이 제작하는 영화라, 한국적인 요소를 넣자는 의도가 있었고 동양캐릭터를 쓰자는 의견을 받아들였죠. 결국 이 캐릭터는 한국캐릭터인 셈이에요.”
홍 감독은 이에 “완성도를 따지면 220억 정도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한국에서는 너무 큰 예산 아니냐. 디즈니로 따지면 단편 예산도 안 되는 규모”라며 “글로벌하게 만들기 위해 영어로 제작했고, 배경이나 캐릭터 설정도 프랑스 억양, 영국 억양 등으로 나눠서 했다. 음악이 비면 안 될 것 같아 ‘캐리비안 해적’ 음악 감독에게 한국 애니메이션 도와달라고 부탁해 1년 정도 작업해서 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다행히) 해외에서 동양적이라는 반응은 못 들었다. 일반 시사에서 아이들이 화장실을 거의 안 가서 특이한 현상이란 반응이 나왔다. 웃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반응도 나오고, 여자 아이들은 12세 이상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보다 영어버전 리액션이 더 좋았다”고 전했다.
“다들 픽사보다 못하고 디즈니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사실 이들 역시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토이스토리’ 같은 작품을 내놓은 거잖아요? 한국에도 스티브 잡스 같은 서포터가 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작품들이 빨리 그리고 많이 나올 테죠. 그런 아쉬운 부분들이 아직 많긴 하지만 분명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다 보면, 많은 분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응원과 지원이 있다면 훨씬 빨리 발전할 거라고 믿어요.”
김 감독은 “한국에서의 첫 개봉에 기분이 남다르다. 그동안 참여한 디즈니 영화들이 개봉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긴장감과 설렘”이라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스태프가 열과 성을 다해 만든 만큼 우리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영화가 기폭제 혹은 디딤돌이 되어서 다양한, 그리고 독특한 장르의 애니메이션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많은 관객들이 봐주시면 좋겠고요.(웃음)”
↑ 220억 제작비가 투입된 `레드슈즈`는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 제공|싸이더스 |
홍 감독도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디즈니만 보고 자랐다. 결국엔 우리나라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보고 자란 문화도 우리 것이 아니라는 것에 슬프더라”라며 “누군가가 내게 ‘디즈니 작품의 아류작 느낌을 준다’는 말도 하더라. 하지만 계속 넘어지고 도전하는 반복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도 스타일을 가지려면 몇 번이고 연습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드는 것도 어려웠지만 투자금을 유치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한국에도 스티브 잡스 같은 기업도 있고 디즈니 같은 제작사도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애니메이션 ‘레드 슈즈’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