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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세포를 들었다 놨다, 아주 요물이다. 미숙해서 혹은 지겹고 뻔한 아픔이 싫어 포기했더라도 살포시 콩콩 되살리고야 만다. 한 숨을 쉬다, 웃다, 질색하다가도 조금씩 설레 오다 결국엔 부러워지고야 마는, 천생 로코 ‘가장 보통의 연애’다.
영화는 상처 받은 사람들이 다시 사랑하는 이야기, 미숙한 사람들의 보통의, 그러나 그들에겐 가장 특별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비슷한 아픔을 지닌 이들에겐 위로를, (어떤 이유로든)사랑을 망설이는 이들에겐 용기가 될법한, 아니 누구든 보고 나면 그저 사랑하고 싶어질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로맨스다.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피폐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재훈’(김래원). 여느 때처럼 숙취로 시작한 아침, 모르는 번호의 누군가와 밤새 2시간이 통화한 기록을 발견하고는 당황한다. 그리고 그 상대는 통성명한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은 새로운 직장 동료 ‘선영’(공효진)이다.
바람난 남자친구와 뒤끝 있는 이별 중인 선영은 새 회사의 출근 첫 날, 할 말 못 할 말 다 쏟아내며 남자친구와 헤어지던 현장에서 직속 선배인 재훈과 마주친다. 그렇게 하루 만에 일보다 서로의 연애사를 더 먼저 알게 된 두 사람,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스펙터클한 로맨스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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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볼 만큼 해봤고, 희노애락을 모두 경험해봤기에 또다시 상처받기 싫은 어른들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그럼에도, 다시 그 특별한 행복을 찾기 위한 시작도 반복됨을 재치 있고도 앙큼하게, 맛깔스럽게 그려낸다.
무엇보다 김래원 공효진 두 멜로 장인들의 호흡은 단연 최고다. ‘로코 퀸’ ‘멜로 킹’이라는 수식어는 역시나 괜히 붙은 게 아니였다.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다소 오글거리거나 비호감으로 낙인 될 수 있었던, 과하게 느껴졌을 상황이나 대사들도 시원하게 매력이 터진다. 둘의 관계가 발전할수록 적잖은 쾌감이 몰려오니, 이 또한 현실감 넘치게 표현된 탁월한 케미
강기영을 비롯해 정웅인 장소연 등 절친 케미부터 직장 생활 공감까지 책임지는 개성파 배우들의 열연 역시 반가운 덤이다. 다만 15세이상관람가 등급 치고는 수위가 쎄다. 몇 몇의 장면에서는 강혜정·박해일 주연의 ‘연애의 목적’을 잠깐씩 떠올리게도 한다.
오는 10월 2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