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실 정도로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10월, 볕 좋은 가을의 한복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울려퍼진 YB의 사운드는 과연 명.불.허.전이다.
11일 오후 서울 성산동 문화비축기지 T2 공연장에서 YB의 10번째 정규앨범 ‘Twilight State’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13년 공개된 ‘Reel Impulse’ 이후 6년만의 새 정규 앨범이다. 6년 만에 새 정규 앨범을 내놓게 된 데 대해 박태희는 "2년 정도 활동하다 보면 새로운 창작 욕구가 살아난다. 9집 작업도 그렇게 해왔는데, 그렇게 하면 오래 걸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도현이가 2년 전에 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박태희는 "6년이나 걸린 것은 그동안 많은 곡을 써왔는데, 막상 발표하고 보면 새로운 곡을 쓰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50~100곡 정도가 조용히 묻혀 있다. 또 2년 전 도현이가 산에 머물며 작정하고 곡을 썼는데도 2년이나 걸렸다. 믹싱 작업만 2~3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이번 앨범만큼은 좀 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태희는 "아티스트라면 모두 부담이 있겠지만 10집이라 부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YB의 모토가 '솔직하자'였고, 최선을 다해 용기를 냈다. 적당 시점이 되어 앨범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윤도현은 "다만 우리가 그간 받아온 사랑이 과분하다는 생각도 한다. 우리가 앨범 내고 음악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인데, 그래서 앨범 발표할 때는 더 책임감이 생기더라. 좋은 앨범을 내야 한다는 가장 큰, 목표점은 바로 앨범이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앨범을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다채로운 장르의 13트랙이 담겼다. 이 중 타이틀곡은 ‘딴짓거리(feat. Soul of Superorganism)’, ‘생일’, ‘나는 상수역이 좋다’ 등 총 3곡이다. YB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세 곡을 타이틀곡으로 선정했다.
‘나는 상수역이 좋다’는 세상살이에 지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감성 사운드로 세대를 초월한 대중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딴짓거리(feat. Soul of Superorganism)’는 감각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사운드, 냉소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 ‘생일’은 진화를 꿈꾸는 YB의 현재 진행형 행보를 보여주는 곡이다.
트리플 타이틀을 택한 이유에 대해 윤도현은 "타이틀곡 정하는 게 어려운 일이더라. 마음 같아서는 전 곡을 타이틀로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가장 우리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곡 '딴짓거리'와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쉬운, 맑고 깨끗한 '나는 상수역이 좋다' 그리고 YB가 지켜가야 할 것들의 연장선으로 쓴 '생일' 세 곡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번 앨범 내고 한두 달 활동할 게 아니고 이 앨범으로 계속 공연을 할텐데, 모든 곡들이 새롭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성 충만 모든 곡들이 매끄럽게 모여 완성된 앨범의 궁극은 'YB표' 음악이었다. 윤도현은 "우리가 줄곧 해왔던 음악의 메시지가, 이 앨범보다는 좀 큰 이야기였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 범국민적인 가사, 월드컵 이미지도 있고. 그런데 이번 앨범 같은 경우, 어떻게 보면 작고 소소한 감정들을 담은 곡들이 주를 이루게 되더라. 너무 뭔가 사회도 광기로 흘러가는 것 같고, 우리가 어디 서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는 상황에서 섣불리 큰 상황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그걸 음악으로 매칭시키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가사로 풀어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윤도현은 "가사를 먼저 쓴 곡도 있고, 최근 쓴 곡도 있다. 나중에 써진 가사가 더 많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언제부턴가 내가 음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며 느끼는 것이, 내가 알고 싶어하는 것들 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내 안에 확신이 서면 좋겠는데, 확신이 서기 힘든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가사 쓰기 시작한 것도, 나에게 더 집중해보자, 내 삶에 더 집중해보고 그걸 그대로 드러냈을 때 우리 음악 듣는 분들이 그대로 공감하고 음악이 위로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화해야 하는 것들은, 가만히 있으면 물살에 쓸려 뒤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무언가를 해야 그 자리를 유지하거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생각하는데, 그것이 밴드의 숙명이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화하지 않으면 계속 흘러가버릴 수 있다는 우리의 불안감인 것 같기도 하고. 계속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그런 면이 우리가 진화하고 싶은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K팝 열풍 속 K밴드가 가진 강점,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K락이 K팝처럼 어떻게 될 지 아이디어는 없지만, 이미 알게모르게 해외에서 각광받는 한국 밴드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도현은 "그리고 한국에서 음악하는 게 곧 세계 시장에서 음악 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K컬쳐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어서, 한국에서 열심히 해도 그게 다 저절로 글로벌한 음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쇼케이스 이후에는 ‘회복콘서트 2019’란 타이틀로 공연도 진행한다. ‘회복콘서트 2019’는 작은 물방울이 큰 파장을 일으키듯 작은 소통으로 거대한 울림을 만들어 우리 세대가 직면한 휴머니티와 환경 문제를 음악을 통해 회복, 모든 세대가 함께 더 나은 대한민
또 YB는 오는 11월 30일, 12월 1일 양일간은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 아이마켓 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팬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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