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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정직하게 음악 하고 싶어했었습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하지만 여전히 '푸르른' 가수 이승환이 짧고 굵게 음악적 소신을 드러냈다.
이승환은 14일 오후 서울 홍대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두 번째 정규 앨범 'FALL TO FLY 後 (폴 투 플라이 후)'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를 개최했다.
이승환은 1989년 정규앨범 'B.C 603'로 가요계에 공식 데뷔한 뒤 '텅 빈 마음',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좋은날',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등을 히트시키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발라드와 락 모두 완벽하게 소화하는 '최고의 라이브 가수'이자 '공연의 신'인 이승환이 마련한 이날 행사는 새 앨범 발매를 앞둔 홍보 자리이기도 했지만 데뷔 30주년을 맞은 소회를 털어놓는 자리기도 했다.
스스로 자신의 행보를 가요계 '독고다이'라 표현한 그는 "내 30년은 아무도 하지 않았던 단 하나를 했던 30년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가요계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매니저, 제작자, 기자, PD 등 아는 사람 거의 없고, 공연 위주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30년 소회에 대해 그는 "어렸을 땐 조바심이 많았다. 음원차트에 들지 못하는 것 역시 욕심을 줄이면 되는 것이니까 그 외에 내가 별다른 유혹이라 느낀 점들은 크게 없었다"며 "겸허하게 좋은 앨범 만드는 것으로 후배 음악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린왕자'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그 표현은 이미 28년 전부터 거둬달라고 했던 별명이다. 그 별명이 내 음악에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했었다. 언제나 아름답고, 건전한 발라드만 부르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락을 하고 싶은 사람이었고,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그러에도 불구,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대한 생각은 굳건했다. 이승환은 "젊은 감각을 갖는 게 미덕이라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했다"며 "누군가 나에게 '롤링스톤즈 멤버처럼 70대에도 스키니진 입는 뮤지션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음악인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선례가 되는 것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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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승환은 "민감한 얘기겠지만, 예전에 제작자로서, 그리고 최초의 자신의 앨범 제작하고 매니지먼트까지 한 가수로서, 어른들의 세계를 너무 눈앞에서 맞닥뜨렸어야 했고, 그 때 가졌던 불신과 부조리함에 대한 반항심이 많았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부터는 더 이상 PD에게 촌지 요구받지 않아도 되는 좋은 세상이 됐는데, 이제는 좀 음원 업계에 이상한 일들이 많이 있지 않나.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하게 돈을 가져가는, 가수들이 가져가야 할 것을, 공정함을 해치는 그런 것들이 있으니까"라며 음원차트 순위를 둘러싼 불공정한 사례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며 "가장 힘들었을 때는 '애원' 뮤직비디오 귀신 조작 사건이었다. 그래서 99년에 '당부'라는 노래로, 은퇴 암시하는 곡을 쓰기도 했다"고 밝힌 그는 "세상 풍파를 겪는 방법이 나 자신도 마모되지 않아 뾰족해져 있었다"고 언급했다.
정치적 성향을 드러냄으로써 '적'이 많아진 데 대해서도 담담하게 언급했다. 그는 "그리고 최근에는 내가 내 성향을 드러냄으로써 국민 절반의 팬을 잃었다는 말씀 해주시는 분들고 계신데, 내가 쓰는 곡들은 내 생각이나 성향을 실제로 녹여내고 있고, 듣는 청자들은 거기에 동의하거나 혹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감정이입 되어, 같은 느낌 같은 경험 이런 걸 더 크게 동화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내 성향을 밝히는 것에 대해 내 음악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분들을 설득할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데뷔 30주년 기념일인 오는 15일 내놓는 'FALL TO FLY 後'는 2014년 11집 'FALL TO FLY 前'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이승환은 이번 30주년 앨범을 위해 미국에서 CJ Vanston, Alex Al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 녹음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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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은 "나이 든 사람에 대한 호의가 별로 없는 가요계이긴 하지만 나이 든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트렌드 놓지 않고 젊은 음악 하고 있는, 젊은 음악을 하려 하는 완벽한 현재진행형 가수임을 이번 30주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승환은 이어 "모든 가수들의 수명, 생명력이 연장될 수 있는, 후배들에게는 '노쇠한 음악인'이라는 손가락질 받지 않고 영향력 끼칠 수 있는 선배 음악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최근 트렌드한 음악 들려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과거의 이승환이 현재의 이승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는 "그 땐 정말 '음악을 위한 음악을 하자'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훗날 중간쯤에 살짝 돈에 집착한 때도 있었다. 이렇게 내가 변해가나? 스스로를 다잡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리고 99년도에 은퇴하려고도 했었고. 그래도 그 고비들을 잘 넘기고 잘 해왔구나 하는 말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도 뼈 있는 조언을 건넸다. 그는 "음악이 가진 힘이 굉장히 크지 않나. 나는 아마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변화시키거나 사로잡을 수 있는 게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발명품이나 정치인의 연설을 들어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혀 일면식도 신뢰도 없는 사람에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음악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음악인들은 세상의 아픔과 함께 해야 하고, 내면 깊숙히에는 그런 마음들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언제나 돈과 권력의 편에
한편 이승환은 11월 30일, 12월 1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30주년 기념 대규모 콘서트 '무적전설'을 열고 팬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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