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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언니들이 또...!"
현역 최장수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가 4년 만에 '또'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다. 새 앨범을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는 MC의 주문에 "언니들이 또"(나르샤)라고 강렬한 답변을 내놓은 브라운아이드걸스는, 과연 지난 시간 동안 줄곧 달려온 '실력파'라는 호칭이, 그리고 기나긴 공백이 무색한 내공 '만랩' 실력'꾼'들이었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이하 브아걸)는 28일 오후 서울 청담 CGV에서 새 앨범 '리바이브(RE_vive)' 발매 기념 음감회를 개최했다.
'리바이브'는 2015년 11월 발표한 정규 6집 'BASIC(베이직)' 이후 4년 만의 신보다. 브아걸의 다른 시선으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리메이크 앨범으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가요사를 빛낸 윤상, 심수봉, 어떤날, 엄정화, 이은하, 베이시스, god, 김광진, 임현정, 조원선의 명곡을 선정하고 브아걸만의 보컬 조합과 팀의 정체성을 덧입혀 완성했다.
앨범에 대해 나르샤는 "이번 앨범은 책임감이 따라야 하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거만은 아니지만 자신감은 갖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브아걸이 이렇게 자기 자리에서 음악 했고, 4년 만에 앨범 냈으니 재미있고 편안하게 들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료는 "4년 만에 돌아온 앨범이고, 솔직히 지금까지 퍼포먼스 위주의 곡들을 많이 보여드렸다. 우리의 실력, 보컬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이 그런 기회인 것 같아서 작정하고 해봤다. 잘 들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4년 공백의 이유는 가인 개인적 문제 때문이었다고. 가인은 "공백은 사실 나 때문이었다. 내가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나 때문에 늦어지지 않았나 싶다"며 "우리가 원래 2년 텀으로 냈었는데, 내가 2년을 추가시켜서 언니들에게 미안하다. 앞으로 말썽을 안 부리려 한다. 막내로서 언니들을 모시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나르샤는 "가인이를 기다리다 보니 평균 나이가 37살이 됐다. 깜짝 놀랐다. 예전에는 가인이가 많이 내려줬는데 이제는 안 되더라. 남들은 평균 17살인데"라고 자폭했다.
모처럼의 앨범을 리메이크 앨범으로 준비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아는 "리메이크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프로듀서와도 예전부터 논의됐던 앨범인데, 우리 보컬 4명과 리메이크 했을 때 굉장히 파괴력 있는 리메이크가 나오지 않을까 하셨다. 우리도 예전 노래 중에, 뉴트로가 유행이듯이 우리가 잘 해석해서 지금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신곡이 어떤 면에서 수월하지만 우리가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여러분에게 잘 들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인은 "조영철 프로듀서님이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을 제작하셨는데, 명곡들을 그룹 여자 넷의 목소리로 내보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제안하셨다. 고심 끝에 결정하셨고 우리는 그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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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사랑을 받은 원곡이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작업 과정은 신곡보다 오히려 힘들었다고. 제아는 "죽다 살았다. 신곡도 어렵지만 리메이크는 가수에게도, 스태프들에게도 부담이다.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다. 리스트 뽑는 것부터 편곡 단계도 그렇고 정말 힘든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뿌듯하다"고 밝혔다. 가인 역시 "신곡은 가이드를 녹음 전에 받는다. 그런데 원곡이 있는 것들이다 보니까 우리 색깔로 어떻게 다시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기존 곡의 재해석이지만 현 1020 세대에게는 신곡처럼 느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나르샤는 "4년 만의 컴백인데 리메이크 앨범이라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요즘 10대 친구들은 이번에 녹음한 곡들을 거의 알지 못하더라. 신곡 같은 느낌으로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아걸은 서로 다른 분위기의 '원더우먼'과 '내가 날 버린 이유'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원더우먼'은 펑키한 기타 연주와 일렉트로닉한 편곡으로 브아걸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 '내가 날 버린 이유'는 슬프고 몽환적인 느낌을 극대화한 발라드로 멤버들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내가 날 버린 이유'에 대해 가인은 "이 곡이 처음에는 '니가 날 버린 이유'인가, '내가 널 버린 이유'인가 하고 착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날 버린 이유'더라. 어떤 감정일까 그 감정을 끌어내는 데 고민을 많이 했고, 어렵더라"고 말했다.
나르샤는 "이 곡을 녹음할 때 멤버들이 보컬적으로 가지고 가기 매우 힘들었다. 보컬로만 끌고 가야 하는 노래기 때문에 멤버들이 정말 고생하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제아는 "우리와 늘 작곡해 온 이민수 작곡가님이 이번에도 편곡을 해주셨다 .이번 편곡을 듣고 너무 영화적이라서 악기에 기댈 곳 없이 있다가, 뒤에 가니 악기와 싸워야 하더라. 그래도 우리가 아니면 어떻게 이 노래를 또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서 자부심 느껴지는 편곡이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가인은 "이번 뮤직비디오도 늘 함께 찍어왔던 황수아 감독님이 찍어주셨다. 할로윈을 테마로 만드셨다 하더라. 세 명의 유령, 떠도는 영혼 같은 세 명의 자매가 뭔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고, 할로윈 하면 떠오르는 게 잭이다. 호박전등 역하을 미료 씨가 해주셨다. 잭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스토리"라고 말했다.
가인은 "뮤비 촬영장에서 보니 러브라인이 있더라. 4년을 너무 외롭게 지내서 미료언니(잭)가 남자 배우는 아니었지만 대리만족 하는 느낌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또 가인은 "'내가 날 버린 이유'와 '원더우먼' 뮤직비디오가 스토리상 이어지는데, 이틀에 걸쳐 두 뮤직비디오를 찍다 보니 찍다가 조울증이 올 정도였다. 넷이 울다 웃으며 찍었다"고 덧붙였다.
'원더우먼' 역시 브아걸 특유의 곡 해석은 물론, 한 편의 스토리성 강한 쇼를 보는 듯한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다. 특히 드랙퀸 댄서들과 함께하는 군무 등 퍼포먼스는 눈을 뗄 수 없는 수준. 나르샤는 "정말 섭외하기 힘든 분들을 어렵게 모셨다. 브아걸 뮤비 컨셉 말씀드리니 스케줄 다 빼서 참여해주셨다. 댄서 분들이 주인공이고 우리는 일개 조연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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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는 이밖에 '결국 흔해 빠진 사랑얘기', '애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하늘', '사랑밖엔 난 몰라',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초대 (Feat. 엄정화)', '편지' 등 발라드부터 댄스, 라틴팝, 시티팝, 포크 등 다양한 분위기의 곡이 수록됐다.
솔로곡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심수봉 '사랑밖엔 난 몰라'에 대해 가인은 "과연 허락 해주실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선생님께서 한번에 허락해주셨다. 너무 부담이 됐었다. (원곡을) 망치면 안되겠다, 진짜 최선을 다 해서 불렀던 곡이다. 적재와 윤준현 씨가 생각지 못한 편곡을 해주셔서 색다르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요즘 내 감성과 잘 안 맞는 가사였다. (사랑이) 없는데 어디서 끌어올려야 하나 고생 많이 한 곡이다"라고 말했다.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을 리메이크한 나르샤는 "이 노래를 허락받기 어려웠다. 고사를 많이 하셨는데 그만큼 책임감 있게 작업 마쳤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솔로곡에 대한 부담은 솔직히 없었고,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선배님이 '괜히 줬다'는 생각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료는 엄정화의 '초대'를 리메이크했다. 미료는 "처음부터 굉장히 좋아해서 브아걸 리메이크 앨범 만든다며 '초대' 한다고 말씀드렸을 정도로, 좋아했던 곡이다. 트로피칼 힙합 비트, 요즘 스타일로 새롭게 만들어주셨다. 보컬 피처링을 엄정화 선배님이 직접 참여해주셨다. 나는 래퍼니까 보컬 피처링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엄정화 선배님이 도와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제아는 김광진의 '편지'를 리메이크했다. 제아는 "이 노래는 어렸을 때 음악 할 때부터 나중에 가수 되면 불러야지 했던 노래 중 하나다. 그동안 기회가 없기도 했지만 너무 대곡이라 부담이 많이 됐는데, 이번 리메이크 앨범에 솔로곡이 있을 거란 이야기 듣자마자 해야겠다 생각했다. 덤덤한 말투가 너무 와닿았다. 지금까지는 센 보컬로 많이 생각하시는데 나의 청초하고 담담한 보컬을, 나의 숨을 들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브아걸은 현역 최장수 걸그룹으로서 14년간 활동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담담하게 언급했다. 나르샤는 "우리팀은 영원히 오래 가야지 생각했던 멤버는 한 명도 없다. 나 개인적으로도 내가 이렇게 오래 가수 생활 할 줄 몰랐다. 그런데 각자 멤버들이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도) 하고 있는 것 같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각자 최선을 다하는 것,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계속 이 자리를 지켜주는 게, 오래 가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멤버들이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않는 것도 있다. 모든 관계는 적당한 게 좋은 것 같다"며 "(후배들에게) 적당히 친하게 지내세요. (말하고 싶다) 그게 장수의 비결이라고 생각
향후 신곡 계획도, 가인 솔로 계획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들은 "모든 계획은 이번 앨범 성적에 달렸다"며 대중의 큰 관심을 당부했다. 브아걸은 이날 오후 6시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리바이브'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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